부수기엔 위험하고, 버리기엔 불가능한
박진영
1,964자 / 5분 / 도판 8장
포토에세이
, ‘사진의 길’ 시리즈 중, 150 x120cm, light jet print, 2011 / ©Area Park
며칠간 지속된 원인 모를 두통이 멎고 나서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35도를 웃도는 더위가 지배하는 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태풍 13호는 꽤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늘은 벼락으로 땅을 윽박질렀고, 두툼한 빗줄기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일주일이었다. TV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일본 동북 지진 발생 6개월을 즈음하여 여러 채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하지만 TV 프로그램의 특성상 지진 이후 일상생활의 변화나 애써 희망과 감동을 보여주기 위한 억지 설정들로 전파를 낭비하는 것 같았다. 내년 3월 11일이 되면 좀 더 나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