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건축산업은 없다? 국가 경제에서 건축산업이 차지하는 자리는 무엇이고 그것은 얼마나 중요할까? 주목해야 할 의미 있는 측면들이 여럿이지만 우선 건축산업이 국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산업규모’를 보자.
건설보증제도와 시공 품질 건축공사를 계약할 때 발주자(건축주)는 시공업체에 공사에 대한 보증을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축공사는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이고 민간 건축물 공사에서도 건축주가 시공업체에 보증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시공업체는 보증(보험)회사에 보증 비용을 납부하고 보증회사는 건축주에게 공사에 대해 보증한다.
감리는 건축물 시공 단계에서 용역으로 수행되는 업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공이 계약에 의해 조달하는 대상을 물품, 공사, 용역 세 가지로 구분한다. 감리는 ‘공사’ 계약으로 진행되는 시공 단계에서 별도의 ‘용역’ 계약으로 공사와 함께 진행되는 용역 업무다. 이처럼 시공 단계에서 별도의 용역 계약으로 진행되는 다른 업무로 ‘건설사업관리’와 ‘설계의도구현’을 꼽을 수 있다. (현행 건설기술진흥법에서는 건설사업관리와 감리를 통합하여 건설사업관리라고 통칭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서술의 필요상 ‘건설사업관리’를 감리 이외의 업무로 한정하여 사용한다.) 감리, 건설사업관리, 설계의도구현 모두 시공 단계에서 진행되는 업무이므로 각각의 역할과 업무 간 관계에 대해 분명한 이해와 구분이 필요하다.
부실시공 대책으로 감리 용역을 계속 강화해 온 정부 정책 속에서 감리 용역비 또한 크게 늘어왔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늘었을까? 세간에는 설계비보다 감리비가 커진 것은 이미 오래고 2배 이상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 정설처럼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건축법 공사감리비의 경우 대가기준으로 보면 설계비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렇다면 “설계비보다 감리비가 크다”는 얘기는 건축법 공사감리가 아니라 건설기술진흥법 책임감리나 주택법 주택감리를 두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감리 대가기준과 산출방식 감리제도 강화에 따라 감리용역 대가기준도 계속 강화되며 변화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감리업무에 대한 규정이 건축법(공사감리), 건설기술진흥법(책임감리), 주택법(주택감리)으로 나뉘어 있고 저마다 대가기준을 갖고 있어 이들 각각의 변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쉽지 않다. 건축법 공사감리 대가기준은 1966년 ‘건축사업무 및 보수기준’(건설부 건축시지령)으로 제정되어 현재는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국토교통부 고시)으로 규정하고 있고, 건설기술진흥법의 건설사업관리(책임감리) 대가기준은 1984년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기준’(과학기술부 공고)으로 시작하여 현재 ‘건설엔지니어링 대가 등에 관한 기준’(국토교통부 고시)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애초 건축법 공사감리 기준을 적용하던 민간 공동주택은 1993년 주택건설촉진법 개정으로 주택감리가 도입되면서 1994년 별도 기준인 ‘주택건설공사 감리비 지급기준’(건설교통부 고시)이 제정되었다. 2001년부터는 정부 기준을 폐지하고 관련 민간단체들의 협의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감리용역 시장, 누가 얼마나 점유하고 있나 1970년 건축법 개정으로 공사감리를 의무화한 당시, 감리용역의 근거 법령은 건축법상 공사감리뿐이었다. 그러다가 건설공사 시공감리 규정(1984) 및 건설기술관리법(1987) 제정으로 일정 규모 이상 공공건축물에 대한 감리용역 시장이 분리되었다. 건축법 공사감리 용역 시장 한 귀퉁이에 건설기술관리법 시공감리 및 책임감리 시장이 자리잡은 형국이었다. 그러나 이후 책임감리 전면화 조치(1993) 등 공공 공사에 대한 감리가 강화되면서 건축공사 감리용역 시장은 본격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한다.
독일 2차대전 이후 11개 주로 조직되었던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이 1990년 통일로 16개 주 체제로 바뀌었다. 연방정부가 관할하는 연방건축법과 주정부가 독자적으로 제정-시행하는 주건축법을 양대 축으로 하는 건축 관련 제도 역시 <연방건축법 – 16개 주건축법> 체제로 확대됐다. 연방정부는 연방건축법을 통해 공간 및 도시계획을 관장하며, 16개 주는 각각 건축기준을 규정하는 자체 주건축법을 제정하고 집행한다. 따라서 건축공사의 기술 및 안전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에 대한 주요 책임은 주정부, 그중에서도 직접적인 대민 건축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구 또는 시 수준의 지방정부 건축 당국에 있다. 건축 프로젝트는 연방건축법 규정과 프로젝트가 위치한 주의 건축법 규정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공공 안전과 건축기술적 요구사항에 대한 기준선 공유를 위해 16개 주 공동으로 모델건축법을 제정하여 참조하고 있지만 실제 법령 내용은 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감리, 감독, 검사 앞글에서 우리나라 건축물 공사 과정에서 시공의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검사-확인 업무가 전적으로 민간 감리용역에 맡겨지고 있는 사정을 보았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질문이다. 건축공사 과정에서 검사(inspection) 업무를 중심으로 몇몇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한다면, 살펴본 다섯 나라(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모두 검사-확인 업무를 지방정부나 공적 인증을 받은 전담 기구가 수행하고 있다. 한국처럼 감리나 건설사업관리 등 민간 용역 업무에 검사-확인 업무를 포함하여 맡기는 경우는 없다.
부실시공의 진짜 원인 건축공사 부실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공사 중 붕괴(2021.6),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중 붕괴(2022.1),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신축공사 중 지하주차장 붕괴(2023.4)…. 사고가 날 때마다 원인 조사팀이 구성되고 사고 원인에 대한 진단이 분분하다. 공사 불법 재하도급, 이 때문에 더욱 낮아지는 실제 공사비, 숙련 노동자 부족 및 외국인 노동자 증가, 감리 용역 입찰 담합과 부실 감리, 구조설계 하도급과 부실 설계 등등. 하나하나 수긍할 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매번 진단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원인이 비슷하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그 원인을 해결 못 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재발 방지 대책도 매번 비슷하다. 감리 강화, 불법 하도급 근절 … 이걸로 될까? 예전에 통하지 않았던 대책이 이제는 통할까?
40년건축을 100년건축으로 만들기. 이는 단순히 ‘튼튼한 건축’, ‘좋은 건축’ 만들기를 넘어서는 일이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매년 이 땅의 모든 건축물의 40분의 1을 헐고 새로 생산해오던 일을 대폭 줄여서 매년 100분의 1씩만 해도 되도록 바꾸는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경제활동의 하나인 건설투자 활동의 효율을 두 배 이상 높이는 일이다. GDP의 6%에 이르는 낭비적 생산활동에 소모되는 시민들의 노동력과 노동시간, 그리고 구매력을 아끼는 일이고, 그 노동력과 시간, 구매력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른 사용가치, 즉 문화 활동이나 자기개발 활동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한국이 GDP 수준에 비해 삶의 질 수준이 낮은 데에는 ‘40년건축’이 작지 않은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았다. 물리적 수명이 100년인 건축물을 40년마다 철거하고 새로 짓는다는 것은 아직 60년이나 남은 수명, 즉 60%나 남은 건축물의 가치를 폐기한다는 것을 뜻한다. 단순화의 오류가 있겠지만 거칠게 얘기하면 전국에 있는 건축물 모두를 새로 짓는 비용의 60%를 40년마다 한 번씩 폐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에서 말했듯이 40년건축, 즉 수명이 아직 많이 남은 건축물을 폐기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사업은 ‘새로 짓는 건축물의 교환가치가 ‘기존 건축물의 잔존 교환가치와 새 건축물 건축 비용의 합’보다 클 때’라는 조건 아래 추진된다. 이 조건이 성립되려면 ① 새로 짓는 건축물의 교환가치가 가급적 커야 하고 ② 새 건축물 건축 비용은 가급적 작을수록 좋다. ①을 위한 방법은 고밀도 개발과 상품 성능 쇄신이다. 한편 ②가 훌륭하게 충족될수록 ①이 한결 수월해지고 그 효과도 커진다. 한국에서 재건축사업이 이토록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①을 위한 방법만큼이나 ②를 위한 비결, 즉 건축생산 비용을 작게 만들고 있는 비상한 메커니즘도 작동하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40년건축의 다른 한 축, 한국의 건축생산 비용을 살펴보자.
‘40년건축’이 한국 사회에서 성립하고 통용되는 양상은 아파트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명징하게 드러난다. 한국에서 아파트단지는 준공 후 30년이 넘어설 즈음이면 당연하다는 듯이 재건축 과정에 돌입한다. 분당, 일산 등 1990년대 준공한 1기 신도시 아파트단지들이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재건축 논의가 불붙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급기야 정치권까지 나서서 1기 신도시 아파트단지 재건축을 서두르기 위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2023.12 제정)이라는 신박한 법률까지 만들어냈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도 “그럴만하다”는 듯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다. 아파트 건축물 수명이 30-40년이라는 것을 온 사회가 수긍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질주가 눈부시다. 2023년 국내총생산(GDP, 명목) 기준으로 국가별 경제 규모가 세계 14위(IMF 발표)다. 2015~2021년 기간에는 10~1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1인당 GDP는 34,165달러로 31위에 머물지만, 룩셈부르크(67만 명), 아이슬란드(39만 명), 산마리노(3만 명) 등 인구가 극히 적은 국가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천만 명 이상인 나라들로만 비교하면 세계 12위다. 60년 전인 1965년 130달러, 50년 전인 1975년 810달러로 최하위권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놀랄만하다. 세계적으로 다른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압축적 성장’임에 틀림없다. 경제 규모 팽창과 더불어 한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지와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K팝 열풍은 세계적 현상이 된 지 오래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 외국에서 한국인 여행자에의 호의적 반응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하는 사례들이 넘쳐난다.
집은 개인의 생활 거점이자 실존의 근거 흔하고 당연해져 버린 이 문장에서 읽어야 할 중요한 전제는 이때의 ‘개인’이 ‘사회적 관계 속의 개인’이라는 점이다. 생각해보라. 애당초 인간이 홀로 존재한다면 ‘개인의 생활 거점’이 무에 특별난 의미가 있겠는가.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이라면 ‘혼자만의’ 공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말이다. 모든 개인은 다른 수많은 개인과 얽힌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 속 존재이기 때문에 애써 개인 실존 근거로서의 집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