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대는 기회주의 그 자체였고, 한국의 건축도 자립적인 근현대 역사를 만들지 못했다. 오늘날 건축계에서 한국적 가치를 만드는 것은 아직 힘에 부쳐 보인다. 오히려 우리 건축은 문화적 이종교배를 통해 잡종강세를 이루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국 고유의 소질과 문화는 충분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그리고 우리에게 모던이 무엇인지 자문해야 한다. 박길룡 선생은 건축에서도 한국적 가치 발굴에 비평의 역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한다.
나는 어떤 이지적인 청년이 낭만적인 중년이 되거나, 궁극으로는 고전에 귀의하고 마는 과정을 자주 보았다. 그러나 김중업의 낭만성은 처음부터 소질素質(<필그림 홀>, 1956)이며, 중년의 생의生意(<서산부인과 병원>, 1965)를 세우며, 말년에 흥융興隆(<서울올림픽 평화의 문>, 1985)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