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보호에서 벗어난 이들, 난민
박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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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예상보다 많은 우리 안의 난민
2008년 가을, 필자가 속해 있는 성공회대학교의 대학원 아시아비정부기구학 전공 교수들은 특별한 입학심사회의를 개최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난민인 욤비 토나 씨가 입학지원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원래 아시아비정부기구학은 주로 아시아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입학해서 공부하는 석사 과정인데, 아프리카 출신의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것이 괜찮은가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뛰어난 자기소개서와 연구계획서를 제출한 욤비 씨는 비非아시아 출신을 선발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합격을 했고, 2009년 봄학기부터 함께 공부해서 우수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광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욤비 씨는 2008년 2월에 난민 인정을 받은 이후 언론에도 자주 소개되어서 어떻게 보면 유명인이 된 측면도 있다. 제자이면서 교수가 된 그가 너무도 자랑스럽지만, 사실 그가 자랑스러운 진짜 이유는 성공한 난민이어서가 아니라 지금도 난민들의 권리를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고 있는 인권운동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활동은 ‘한국에도 난민이 있어?’라는 질문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