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불온한, 불후의, 불륜의, … 그냥 명작전’이라는, 내용을 가늠하기 어려운 전시 부제는 김정헌 선생이 발산하는 유연함과 에너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우리 시대의 가장 빛나는 끼”로 그의 작품과 면모를 일축했다. 최근 그의 12년만의 개인전을 계기로 작품에 대한 과거와 오늘의 이야기, 언뜻 부표처럼 떠 있으나 분명한 좌표를 찍고 있는 작품들에 대해 나눈 심도 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독한 혹은 따뜻한 위로 _ <위로공단>은 지난 50여 년에 걸친 우리 산업화와 압축발전의 시간을 여성 노동자들의 공간을 통해 보여준다. 그들의 억압적 삶을 단순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성찰한다. “선택할 것이 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처럼 가족을 위해 자신을 삶을 바친 여성 노동자들의 현장은 임흥순의 즉흥적이고 따뜻한 시선의 비판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폭압성과 더불어 여성적 위로를 떠올리게 한다. 미학자 양효실의 인터뷰와 사회학자 조은의 크리틱을 통해 임흥순의 세계를 다각적으로 살펴본다.
임옥상과 강영민 작가는 하나로 묶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민중미술 작가와 팝 아티스트는 생뚱맞은 조합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SNS를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업에 끌어들여, 집요하면서도 재기발랄하게 예술과 사회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도다. 막상 이들은 만나자마자 불꽃이 튀었다. 냉소주의 시대에 예술이 가져야 할 정치적 뜨거움이 이들을 묶었다.
처음 지인이 내게 이 책을 건넸을 땐 ‘요즘에도 이렇게 선동적인 제목을 쓰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표지의 광장을 가득 메운 시위대1를 보곤 평소 이와 관련한 예술이론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여서 반가웠고, 목차를 메운 작가와 필자들에서 저자의 집중력이 보였다. 온갖 사회문제에 촉을 들이대는 예술을 연구해온 이의 뜨거운 가슴을 상상하며, 시린 겨울 끝자락에 『마지막 혁명은 없다: 1980년 이후, 그 정치적 상상력의 예술』2의 저자 이솔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