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설명조남호(심사위원), 문강형준(멘토)
2016년 정림학생건축상의 주제인 ‘재난건축’은 응모자들에게 난감함을 주었을 법하다. ‘재난’과 ‘건축’이라는 단어의 결합 자체가 모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재난’의 속성이 ‘파괴, 소멸, 망가짐’이라면, ‘건축’의 속성은 ‘구성, 제작, 생성’이기 때문이다. ‘재난건축’은 그래서 다양한 의미의 결합을 그 안에 담고 있다. ‘재난 (이후의) 건축’일 수도 있고, ‘재난 (속의) 건축’일 수도 있으며, ‘재난 (앞에서의) 건축’일 수도 있다. 어떤 결합을 택할지, 혹은 어떻게 새로운 의미 결합을 만들어낼지는 온전히 응모 학생들이 재난과 건축을 바라보는 인식과 상상력에 달려있었다.
1 ‘재난’이란 우리 시대가 당면한 가장 거대한 부정성negativity이다. 우리는 말한다. ‘재난을 극복하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지하철 배기판에서부터 세월호까지, 쓰나미에서 원자력 누출까지, 재난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재난을 극복해야 할 어떤 것으로 호명한다. 마치 우리가 목욕을 하면 때를 벗겨낼 수 있는 것처럼. 마치 우리가 돈을 벌면 반지하 방을 떠날 수 있는 것처럼. 한 번 벗겨내고 떠나면 그만인 것일까. 한 번 극복하고 나면 다시는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재난은?
“현대는 그 완성의 과도함으로 인해 다른 세상이 되었다.”― 장 보드리야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