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에서 마을 없는 공동체로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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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공유재의 비극?
‘공유재의 비극’이란 개념은 ‘공유’나 ‘공동체’의 불가능성을 보여주는 ‘아킬레스의 건’ 같은 사례로 즐겨 언급된다. 특히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개개인의 이기적 본성의 가정 위에서 사유재산과 시장에 의한 조정이 무슨 자연법칙이라도 되는 양 생각한다. 그러나 그 개념은 1968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던 개릿 하딘의 논문 <공유재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1968)에서 연유한 것으로, 하딘은 열렬한 생태학자로서 공유재인 생태계를 지키고 되살리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적 정부의 강력한 명령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유물의 자유로운 이용은 모두에게 파멸을 안겨”주는데, “혼잡한 세상에서 파멸을 피하려면 사람들은 각자의 마음 밖에 있는 강압적 힘, 다시 말해 토마스 홉스의 표현을 빌자면 ‘리바이어던Leviathan’에 호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가 사적인 재산에 대한 사용권마저 제한했던 박정희 정권의 그린벨트 정책을 알았다면 필경 강하게 지지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