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 불명의 라운드어바웃
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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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년 전에 재단의 사무실을 안국동에서 서촌의 통의동으로 옮기면서, 36제곱미터(약 11평) 크기의 공용공간인 ‘라운드어바웃’을 만들었다. 한 켠에 서가를 두어 평상시에는 동네 공부방이었다가, 매주 같은 시간에는 강연이나 공연이 열리고, 1층에 있으니 누구라도 지나다가 차 한잔 마시는 곳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큰 뜻을 갖고 시작했다기보다 동시대 건축가들의 말벗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막상 문을 열고 나니 찾아오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아 어떤 날은 온종일 손님을 맞기도 했다. 처음에는 피상적 낙관론이나 위로의 말을 나눴고, 시간이 지날수록 진지한 고민거리가 하나둘씩 탁자 위로 올라왔다. 건축가 스스로 자신 작업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자리, 홍보가 아니라 발언하는 전시 기획, 도발적 문제제기의 미디어 센터, 젊은 건축가들의 베이스캠프 등의 주문이 그것이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사랑방이 공통의 이슈를 고민하다보니 정치-사회적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고, 이곳에서 나누는 이슈는 건축에만 국한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