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기 말 이탈리아계 이민자, 도밍고 기라델리Domingo Ghirardelli가 샌프란시스코에 기라델리 초콜릿 제조 회사를 설립한 이래, 기라델리 초콜릿은 풍부한 맛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이 되었다. 하지만 도시적 맥락에서 기라델리를 기억하는 이유는 옛 기라델리 초콜릿 공장을 변형한 기라델리 광장Ghirardelli Square 때문이다. 기라델리 광장은 건물의 전용adaptive reuse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적용된 도시재생 사이트다. 이 개념은 하버드 건축대학원GSD 교수 벤자민 톰슨Benjamin Thompson에 의해 제안되었는데, 건물을 부수지 않고 내부에 문화예술공간 또는 소매점으로서의 기능 등 과거와 쓰임이 다른 시설들을 입점시켜 장소를 재생하는 것이다. 기라델리 광장의 성공을 경험한 톰슨은 택지 개발 업자인 제임스 라우즈James Rouse와 함께 미국 도시재생의 역사를 바꿔놓은 실험을 보스톤에서 전개한다. 보스톤 다운타운의 쇠락한 재래시장 퀸시마켓을 ‘페스티발 마켓플레이스Festival Marketplace’라는 새로운 전략을 적용하여 재생한 것이다. 퀸시마켓 재생 전략 역시 공간의 전용에 기초하여 기념비적인 사례가 되었으며 미국 전 도시에 파급되었다. 이 성공사례는 여러 시사점을 준다. 쇠퇴한 지역의 별볼 일 없는 건물조차도 문화예술 기능과 지역 기반의 상점 입점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시너지는 단순히 건물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넘어서 도시에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퀸시마켓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많은 지역 특색이 강한, 작지만 경쟁력 있는 상점(문화예술 시설 포함)들을 앵커로 활용한 것이다. 도시재생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기에 그 효과가 지역에 파급되어야 하며 그렇기에 지역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 개발의 성공 측면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위험한 전략이었기에 초기에는 그 성공 가능성을 의심하는 이가 많았다.
예술가는 왜 도시로 나왔을까?도시의 삶과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보다는 구축하기를 제안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도시공간이 하나의 정치, 경제논리의 수단으로 이해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는 Listen to the City의 박은선, 그리고 미술관, 갤러리에서 회자되는 ‘공공’의 의미를 미술 밖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본 Work on Work의 박재용, 장혜진 기획자. 예술이라는 이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지위와 수직적인 형태를 전복시키며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