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퍼블리케이션스는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예술 출판사로, 설립된 1998년의 이와 같은 아트북의 독립출판은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현상이었다. ‘책은 항상 무언가를 아름답게 만들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으로 책을 만드는 로마퍼블리케이션의 발행인이자 디자이너인 로허르 빌럼스를 더북소사이어티의 구정연이 인터뷰했다.
얼마 전 사무실 앞이 시끄러워 나가 보니 농성이 한창이었다. 듣자하니 골목 초입에 있는 빵집 하나가 건물주에게 쫓겨나게 됐다는 것이다. 자주 애용하진 않았지만 이름과 달리 파리가 날리거나 하는 집도 아니었다. 마침 여전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테이크아웃드로잉 분들도 지지하러 왔기에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그곳뿐 아니라 서촌에 있는 홍X한우 등도 쫓겨나게 됐다고 한다. 그 와중에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서촌의 유명한 삼계탕집인 토속촌 회장님이 서촌에 건물을 여러 채 가지고 계시다는 것. 왜 회장님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건물이 여럿이라면 왠지 그렇게 불러도 될 것만 같았다. 필자는 그것도 모르고 토속촌 앞을 지날 때마다 ‘하루에 저 집에서 죽어나가는 닭이 도대체 몇 마리일까’ 하는 철없는 생각만 했더랬다.
독립출판에 대한 대중적인 호기심이 처음 생성되던 시기에 제작자들이 공통적으로 받았던 세 가지 질문들이 있다. “당신은 누구냐?”,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느냐?”, 그리고 “언제까지 할 것이냐?”였다. 첫 번째 질문은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서 무얼 하는 사람일까?’ 하는 그나마 순수한 호기심에 가깝다. 두 번째 질문부터는 호기심보다는 잠정적인 전제가 담겨있다. 분명 이익이 생기는 일은 아닐 텐데, 모자라는 비용 내지는 손해를 어떻게 메우느냐는 것이 두 번째 질문이었고, 그렇게 손해가 누적되는 활동이 언젠가는 한계에 다다를 텐데 그 시기가 언제쯤이 될 것으로 보느냐가 세 번째 질문이었다.
독립출판이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그럴듯하게 정의하는 일은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독립출판의 범위를 그려보고 각자 어디부터 어디까지 독립출판이라 생각하는지 구분해보는 일은 꽤 흥미로워 보인다. 물론 그 범주는 무척 허약하고, 새로운 서적에 따라 쉽게 허물어지거나 좁아지기도 한다. 오히려 그렇기에 독립출판의 테두리를 설정해보는 일이 중요하다. 곧 형태가 변화할 범주를 그려 ‘2015년 지금의 지형도’를 만들어두는 것이 역으로 2014년을 쫓거나 2016년을 내다볼 때 유효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0,0,0』과 『산책론』이라는 두 권의 책을 통해 2015년의 독립출판의 요소들을 구분해보려고 한다. (이 원고가 《건축신문》에 수록되는 것과 두 책 모두 건축과 관련된 사실은 지극히 우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