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에서 살고 있나요?’라는 물음에 돌아오는 답은, 모르거나 아파트 건설사 이름이 대부분이다. 문득 이런 현실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살고, 일하는 공간을 계획한 건축가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현실 말이다.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는 건축과 공간 전문가로서 사람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기 위해 기억하고 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2013년 문을 열었다. 현재는 아내인 황은 소장이 합류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제3섹터the third sector’는 국가와 공공기관으로 대변되는 공적 영역과 민간자본으로 대변되는 사적 영역,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비영리 단체나 사회적기업을 칭한다.1 전 세계적으로 제3섹터의 등장과 부상은 신자유주의 체제가 국가경영의 방식과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국가나 지방정부가 국민, 주민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 혜택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 사회경제적 문제가 심각한 지역 및 역량 있는 커뮤니티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면서 아래로부터의 요구를 다양하고 밀착된 방식으로 담아내고, 지역 단위의 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주체들을 중심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구도 형성이 가능했다. 이러한 분산정치의 패러다임은 지방정부 간, 커뮤니티 간의 경쟁을 부추기면서 사회정의에 입각한 배분을 이슈화하기도 했고 역량이 이미 마련된 소수에게 자원이 집중된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작은 단위의 움직임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서서히 획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남다르다. 일반적으로 낙후되거나 주민이 떠난 지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역사, 녹지, 문화 등 기존의 지역적 자산을 가진 곳에서 발생한다. 그만큼 속도가 빠르며, 폭력적이고, 그 과실이 소수의 자산가에 집중된다.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는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에서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서울의 핫플레이스 여덟 군데를 꼼꼼한 현장 리서치를 기반으로 들여다봤다. 이 연구를 주도한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를 만나 최근 도시재생 사업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시는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과거의 고도성장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사건으로, 도시관리의 패러다임이 개발과 재개발에서 재생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이후 2014년 선도지역 13개소를 선정해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하였는데, 본 지면에서는 그중에서도 가리봉동과 성수동 일대의 총괄계획을 맡은 배웅규, 남진 교수를 초대해 각 지역의 구체적인 도시재생 과정과 전망을 들어보았다.1
무차별한 도시개발과 죽어가는 도시공간에 개입을 시도하는 다양한 움직임은 지금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을까. 한창 지지를 받았던 그 많던 점거 운동의 묵시록은 이제 어떤 대안을 보여줄 수 있을까. 뉴욕과 도시에 대해 꾸준히 관련 글을 출판한 이와사부로 코소와, 도시와 공간을 소재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박재용 큐레이터가 이야기를 나눴다.
9세기 말 이탈리아계 이민자, 도밍고 기라델리Domingo Ghirardelli가 샌프란시스코에 기라델리 초콜릿 제조 회사를 설립한 이래, 기라델리 초콜릿은 풍부한 맛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이 되었다. 하지만 도시적 맥락에서 기라델리를 기억하는 이유는 옛 기라델리 초콜릿 공장을 변형한 기라델리 광장Ghirardelli Square 때문이다. 기라델리 광장은 건물의 전용adaptive reuse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적용된 도시재생 사이트다. 이 개념은 하버드 건축대학원GSD 교수 벤자민 톰슨Benjamin Thompson에 의해 제안되었는데, 건물을 부수지 않고 내부에 문화예술공간 또는 소매점으로서의 기능 등 과거와 쓰임이 다른 시설들을 입점시켜 장소를 재생하는 것이다. 기라델리 광장의 성공을 경험한 톰슨은 택지 개발 업자인 제임스 라우즈James Rouse와 함께 미국 도시재생의 역사를 바꿔놓은 실험을 보스톤에서 전개한다. 보스톤 다운타운의 쇠락한 재래시장 퀸시마켓을 ‘페스티발 마켓플레이스Festival Marketplace’라는 새로운 전략을 적용하여 재생한 것이다. 퀸시마켓 재생 전략 역시 공간의 전용에 기초하여 기념비적인 사례가 되었으며 미국 전 도시에 파급되었다. 이 성공사례는 여러 시사점을 준다. 쇠퇴한 지역의 별볼 일 없는 건물조차도 문화예술 기능과 지역 기반의 상점 입점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시너지는 단순히 건물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넘어서 도시에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퀸시마켓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많은 지역 특색이 강한, 작지만 경쟁력 있는 상점(문화예술 시설 포함)들을 앵커로 활용한 것이다. 도시재생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기에 그 효과가 지역에 파급되어야 하며 그렇기에 지역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 개발의 성공 측면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위험한 전략이었기에 초기에는 그 성공 가능성을 의심하는 이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