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결핍 우리가 거주하는 집의 형식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과 삶의 태도를 결정짓는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학의 제분야 중에서 주택과 관련된 학문은 별도의 독자적인 줄기로 어느 정도 독립성을 띠고 있다. 인간의 몸과 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일체화되는 집은 여러모로 골치 아픈, 복잡한 존재다. 다양한 욕구가 집이라는 단어 위에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건축가들이 집을 순수하게 공간의 질과 감흥으로 치환된 건축적 경험으로만 바라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도시에서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하는 인간의 실존의지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현상과 해석들이 집에서 교차되면서 집을 특별한 장르로 만든다.
공동주택의 사회적 현실 공동주택은 서울에서는 이미 80%가 넘는 주택 유형으로 공동주택에서 살지 않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공동주택에 대한 개념이나 이웃에 대한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한 건물에 살고 있지만 함께 사는 공동주택이라는 생각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옆집이지만 전혀 대면이 없거나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함께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개별 주택에서 원하는 프라이버시는 점점 강화되고, 함께 사는 공동주택에서의 공동체성은 우리 삶에서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주택은 도시에서 필연적인 건물이자 필수적인 생활 공간이며, 분야와 계층을 가로질러 모두의 관심과 역할이 한데 쏠리는 사회의 공통 기반입니다. 마치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어서 누군가는 만들고,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사고팔면서, 커다란 환경이 계속 응축,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진지한 논의 테이블에서 점점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만큼 이전의 논의들이 이제는 보편적 수준에 다다랐다는 반증일 수도 있고, 시장과 자본의 논리가 주거의 조건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정림건축문화재단은 우리 공동주택의 현재 상황과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오랜만에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렸습니다. 2023년에 진행한 <공동주택연구> 포럼에서는 ‘공동주택의 흐름과 공동체성에 대하여’라는 주제 아래 공동주택을 크기에 따라 아파트, 공유주택, 다세대다가구로 구분해서 살펴봤습니다. 이 책은 그 논의의 기록입니다.1.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60% 이상이 아파트입니다. 전국에 지어진 아파트는 사회적 경제적 관점에서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매일매일 이야기되는 주택의 형태입니다. 규모가 점점 더 커지면서 그 폐쇄성에 따른 문제점도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새로운 제안과 시도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습니다.2. 10여 년 전 셰어하우스라는 새로운 주거 형태가 국내에 등장했습니다. 치솟기 시작한 1인 주거와 때마침 시작된 공유경제 등의 새로운 사회적 도구들과 맞물려 붐업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셰어하우스는 무브먼트 차원에서 비즈니스 차원으로 포지션을 옮겼고, 최근에는 코리빙하우스라는 네이밍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새로운 실험적 유형이 기업화된 사업 모델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무엇이 달려졌는지, 무엇이 그 변화를 가능하게 이끌었는지 이야기했습니다.3. 다세대 다가구 주택은 많은 건축가들이 다양한 건축적 아이디어를 시도해온 공동주택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의 ‘공동성’과 공용공간에 대한 세심한 연구와 설계를 볼 수 있는 사례가 아직 많지 않습니다. 소규모 민간 주택이라는 이 영역에서 우리는 어떤 공동의 집을 원하고 있는지, 불특정 거주자 그룹 안에서 공용공간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했습니다.
사무소에 ‘서가’라는 이름을 단지 8년째다. 인테리어와 전시, 작은 공공시설물 디자인이 주된 일이던 3년의 시간을 보냈고, 집을 짓는 서가건축이 된 지는 6년 차의 사무소다. 8년이라는 시간을 지나며 구성원의 변화가 있었고, 현재는 박혜선, 오승현이 서가를 이끌고 있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7년 차가 된 김유빈, 다른 사무실에서 실무경력을 쌓고 입사한 정상호, 오수진, 작년에 새내기로 입사한 박나영, 이민범, 한수지와 함께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