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신자유주의 시대의 핵심어
박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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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국에서는 덜 느껴지겠지만, 노르웨이에서 살면서 계속 느끼는 것은, 요즘 ‘난민’이라는 단어가 전 사회에 하나의 핵심어가 됐다는 것이다. 일면으로는 다소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비록 유럽을 향한 작년의 피난민 행렬은 역사적으로 그 전례를 찾기가 힘들 정도이긴 했지만, 유럽연합 전체의 인구에 비해서 피난민 수가 그렇게까지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2015년에 피난민 지위를 유럽연합에 신청한 비非유럽연합 출신들은 약 120만 명에 달했지만, 이는 유럽연합의 총인구 (약 5억 명)의 0.2%에 불과하다. 즉, 신청자 모두에게 설령 체류 허가를 주어도 유럽연합의 인구 구성은 본질상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일면으로는, 숫자 그 자체를 넘어서 이번의 ‘피난민 위기’는 후기 자본주의 체제의 어떤 심각한 약점들을 노출했음이 틀림없다. 결국 이런 ‘약점의 노출’이야말로 숫자와 비교해 훨씬 더 과민한 이번 사태에 대한 유럽 주류의 반응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