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경험은 특정 장소에서 얼마간의 시간 동안 마주친 현상을 통해 지식과, 규범 그리고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그리고 이들의 집적은 단순히 층위를 이르는 퇴적에 그치지 않고 마주하는 과정과 결과에 효력을 발휘한다. 또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역사적 관성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사회의 일부로 작동하며 이는 개인의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주관화된 관성으로 확증한다. 건축행위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경험의 중요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건축가로서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관계들, 즉 사람들(건축주, 허가권자, 공사 관계자)과 사물들(재료와 구법) 그리고 새로이 형성될 풍경에 이르기까지 경험의 부재는 어느 지점에서든 시행착오를 가져온다. 이는 건축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건축이 만들 사회적인 관계까지 폭넓게 작동하며 경험을 통한 건축의 완결성을 결정하게 된다.
가끔 동네의 한적한 공원에 산책을 나간다. 비록 크진 않지만 도심 한복판의 밀집한 건물 사이에서 풀과 나무, 바람 등 날것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꽤나 멋스런 장소이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작은 나무 아래 벤치에 몸을 기대었다. 이곳을 찾게 되는 이유는 가까운 곳에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장소이자 나무와 그늘이 있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