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토피아적 공공영역을 향하여 – 우주에서 지상으로
남수현
12,312자 / 24분 / 도판 7장
비평
우주선 주상복합
서울의 한 대형 주상복합에 사는 한 지인이 자신은 우주선 속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고 얘기한다. 쇼핑부터 카페, 식당을 다니며 건물 안에서 지내다 보면 일주일은 너끈히 땅에 ‘착륙’하지 않고 생활한다는 그의 거주환경이 일반적이지는 않을 듯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가 거리를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해서 주상복합 우주선에서 사는 그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그 거리가 삶의 활력과 우연한 만남의 현장이 되지 않는 이상, 우리도 살균된 우주선 속에서 지내는 것과 다름없다. 거리나 외부공간이 마크 오제가 공항 같은 공간을 정의하기 위해 명명한 ‘비장소(non-place)’처럼 이동 통로로만 사용된다면, 역사적인 의미도 상징도 없이 소비되는 공간으로 축소되어 버린다. 이런 공간에는 소위 공공의 경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공공공간은 공항 같은 준공유공간이 가지고 있는 보호막과 청결함이 결여된 더 추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는 더 이상 도시의 산책자로서 사는 것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