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양보다는 종류가 많아졌다. 공공건축의 프로젝트가 늘고 개인 건축주들이 소규모 개발의 주체가 되었다. 건축가의 업역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주어진 과제를 잘 푸는 건축가보다 스스로 과제를 만들고 자기 일을 찾아가는 건축가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체감하는 시장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 건축가 여섯 팀의 이야기를 한데 모았다.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 아홉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이들은 작은 시도가 제 역할을 다할 때, 충분히 더 좋은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동네 건축가 혹은 마을 건축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환경의 디테일을 개선한다. 또 대중에게 건축가의 작업을 가깝게 하기 위한 건축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앞세대가 건축 담론을 위한 설계 작업에 몰두했다면, 동 세대 건축가들은 앞세대의 무거움을 덜고 넓어진 건축가의 스펙트럼 위에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간다. 작업을 보여주는 매체와 건축가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조건이 달라졌을 뿐, 이들이 건축을 대하는 진지함과 고민의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중 ‘앞세대와 차이, 동 세대와 공통 분모’에 대해 이야기한 건축가 여섯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영어를 처음 접했던 중학교 때 어느 컨트리음악 가사에 나오던 ‘dreamer’를 사전에서 찾아봤었다. ‘몽상가’, 생소한 뜻풀이에 갸우뚱거리며 부모님께 물어보니, 근면 성실한 시대를 사셨던 아버지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놀고먹으며 헛된 꿈만 꾸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참고로, 아버지는 은행원이었고, 그때 그 노래는 케니 로저스의 「Don’t fall in love with a dreamer」였다. 그래서였나, 그 단어는 노래 가사처럼 여자의 맘을 찢고 떠나가는 나쁜 남자와 같은 잔상으로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의 모양을 되돌아보니, 이 먼지 낀 박제와 같은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건축가의 일이란 게 제 의지로 시작되기보다는 주어지는 일이 대부분이고, 또 의지와 상관없이 엉뚱한 곳으로 방향을 틀거나 강제 종료 당하기도 한다. 게다가 용감히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는 그 시작의 기회마저 야박하다. 그러다 보니 실천하는 행동가이기보다는 혼자 즐거움을 만끽하는 소심한 몽상가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나보다.
<등장하는 건축가들>은 “당신은 어떤 건축가입니까?”를 주제로, 최근 눈에 띄는, 혹은 알려지지 않았던, 그동안 궁금했던 젊은 건축가를 만나는 자리입니다. 공동 취재 형식을 표방하여 각 팀의 결성 배경, 경험, 작업, 관심사, 지향점 등을 함께 묻고 답하는 포럼과 인터뷰가 진행됩니다. 반복이 아닌 누적을 목표로 동시대 젊은 건축가를 기록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