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식 교량을 건널 때마다 나는 갑자기 회고주의자가 된다이것이 얼마나 죄가 많은 다리인 줄 모르고식민지의 곤충들이 24시간을자기의 다리처럼 건너다닌다나이 어린 사람들은 어째서 이 다리가 부자연스러운지를 모른다그러니까 이 다리를 건너갈 때마다나는 나의 심장을 기계처럼 중지시킨다(이런 연습을 나는 무수히 해왔다)— 김수영, 「현대식 교량」(1964)에서
“교외의 분양택지에 살면서 도로변 상점가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 경관에 깊이 개입할 마음이 없다. 고작해야 교환 가능성에 대한 얄팍한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자가 소유자라도 집을 투자 가치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날 이런 얄팍함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이동성이 높고 변화무쌍한 현대 사회에서는 장소와 풍경에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이 더 이익이다. 그래야 망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