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한계 김윤수(바운더리스) 5년제가 없어졌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4년제 교육 과정을 돌이켜보면 어떤 부분은 정량적 평가조차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르치기도 했다. 당시에는 튜터들이 건축을 너무 추상적으로 가르쳤고, 건축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가르침이 부족했다. 그래서 정규 교육 과정을 거쳤음에도 물리적 실체로서 건축을 생각하는 방법을 잘 몰랐고,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지식이 상당히 부족했다. 심지어 별도의 교과목으로 배웠던 건축 법규나 재료에 관한 내용조차 실무에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다시 배워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교육에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5년제에서 그런 부족한 부분을 체계화하고, 교과목과 교육 목표를 설정한 것까진 좋았는데 이제는 거기에 너무 매몰되었고, 장점이 퇴색됐다.
소규모 신축 수요 증가 이주한(피그건축) 우리가 처음 개소한 2015년만 해도 젊은 건축가들이 많이 독립해 사무소를 열었다. 당시 경제 상황을 돌아보면, 그때부터 금리가 매우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부동산에 돈이 많이 풀렸고, 민간 영역의 개인 건축주가 많이 생겼다. 우리도 이러한 시장 변화의 혜택을 받아 프로젝트를 여럿 했다. 작은 사무소, 젊은 건축가에게 차례가 올만큼 일이 넘쳤고, 덩달아 개인 건축주의 다세대주택 품질이 급격하게 올라갔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 정부 정책이나 사회 분위기가 부동산을 압박하다 보니 개인들이 쉽게 “건물 지어볼까?”하는 마음을 먹기 힘들어진 것 같다. 자연히 일 자체가 줄어든다는 느낌을 받는다.
과연 세대를 나눌 수 있을까? 김건호(설계회사) 귀국한 뒤 우연히 한국 건축가 1세대, 2세대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했다. 그때 관심있게 봤던 자료나 작업 내용을 떠올리면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건축가의 처지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또 최근에 1950~60년대 건축가, 1960~70년대 건축가가 재조명되며 그 분들이 했던 이야기나 지은 건물들을 접하게 됐는데, 들여다보면 주어진 제약과 상황 안에서 시대적 요구와 개인의 창작 욕구, 이 두 가지 생각을 오가며 갈등하고 분투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대 선진국의 건축을 국내에 하루 빨리 이식해야 하는 와중에 건축가로서 하고 싶은 작업은 따로 있지만 국가에선 못하게 막았다.
공간을 도면으로 표현하는 법 김윤수 나는 운생동이 처음 사무실을 시작하던 시점부터 함께 하며 초창기에 지어진 건물의 실시설계를 많이 했다. 주로 소장님들이 그린 선을 정리하고 다듬어 건물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학생 때는 모형 만드는 걸 좋아했고 모형으로 스터디를 많이 했는데, 사무소에서 도면 정리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니 도면에 공간이 표현되고, 공간이 곧 도면으로 보여야 하는 부분에 대해 더욱 관심을 두게 되었다. 어찌 보면 단면도를 주요 매체로 선택하게 된 것은 운생동의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