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한계 김윤수(바운더리스) 5년제가 없어졌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4년제 교육 과정을 돌이켜보면 어떤 부분은 정량적 평가조차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르치기도 했다. 당시에는 튜터들이 건축을 너무 추상적으로 가르쳤고, 건축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가르침이 부족했다. 그래서 정규 교육 과정을 거쳤음에도 물리적 실체로서 건축을 생각하는 방법을 잘 몰랐고,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지식이 상당히 부족했다. 심지어 별도의 교과목으로 배웠던 건축 법규나 재료에 관한 내용조차 실무에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다시 배워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교육에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5년제에서 그런 부족한 부분을 체계화하고, 교과목과 교육 목표를 설정한 것까진 좋았는데 이제는 거기에 너무 매몰되었고, 장점이 퇴색됐다.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 설계! 이주한(피그건축) 결국 건물을 잘 만들어야 한다. 건물을 잘 만든다는 의미는 건물 내부 공간 조직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다. 형태도 물론 중요하고 경관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물 내부 공간의 구성, 배치, 프로그램은 결국 그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방식, 사회적인 여건을 반영한다. 밝은 다세대주택도 요즘 1~2인 가구의 임대 세대, 청년 주거 현실을 반영한다. 이처럼 동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건축이 하는 일이다. 그걸 잘하면 그게 민간이든 공공이든 상관없이 가장 큰 사회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도구의 언어로 소통하는 영역 전필준(이심전심) 앞으로의 세대에게는 ‘도구의 언어’(특히 컴퓨터의 언어)를 잘 다루는 능력이 기본적으로 요구될 것이라고 본다. 그래야 우리의 잠재적 협력자가 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하고, 협업하게 될 것이다. 소수를 제외한 건축 디자인 분야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런 것에 둔감했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디자인과 제작에 적용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도구의 언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과연 세대를 나눌 수 있을까? 김건호(설계회사) 귀국한 뒤 우연히 한국 건축가 1세대, 2세대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했다. 그때 관심있게 봤던 자료나 작업 내용을 떠올리면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건축가의 처지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또 최근에 1950~60년대 건축가, 1960~70년대 건축가가 재조명되며 그 분들이 했던 이야기나 지은 건물들을 접하게 됐는데, 들여다보면 주어진 제약과 상황 안에서 시대적 요구와 개인의 창작 욕구, 이 두 가지 생각을 오가며 갈등하고 분투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대 선진국의 건축을 국내에 하루 빨리 이식해야 하는 와중에 건축가로서 하고 싶은 작업은 따로 있지만 국가에선 못하게 막았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김세진 처음 취업해 일을 시작할 때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였던 것 같다. 일을 통해 회사에 기여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스스로 깨닫거나 배우는 것도 많았다. 설계라는 직능에 있어 기여와 배움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생산과 소비가 순환되는 기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비중이 높아지고 배움보다는 기여가, 소비보다는 생산이 주를 이루었다.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현재 건축 교육’에 대해 이야기해준 여덟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선배로서, 선생으로서 마주한 건축학과 학생들을 통해 한국 건축 교육을 진단한다. 건축학과의 5년제 커리큘럼이 보편화되면서 교육 환경은 나아졌지만 자율성은 떨어졌다. 실무자의 시각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축 교육에 대해 이야기한다.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앞 세대와 달라진 점’에 대해 이야기해준 일곱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이들이 학부시절과 책에서 마주한 앞 세대 건축가들은 건축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에 집중했다. 앞 세대와 달리 대중이 건축이라는 분야를 접하기 쉬워진 오늘날, 어떻게 건축을 다룰지 고민하는 젊은 세대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경희대학교와 AA스쿨을 졸업하고, 8년간 포스터+파트너스 (런던)에서 어소시에이트로 근무하며 세계 여러 곳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현상설계를 맡았다. 2014년 서울로 돌아와 스키마(skimA)1를 열었다. 사무소 개소와 함께 고려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구조디자인과 건축설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구조디자인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구조 시스템과 재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구하게 되었다.
윤서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학과김세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학과김나형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