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본다 걸어보는 일과 ‘걷고’ 또 ‘보는’ 일. ‘난다’라는 이름의 작디작은 출판사를 꾸려나가는 내게 어느 날 이 두 말이 우연한 산책 중에 몸에 들렸다. 그래 들렸다, 라는 표현을 쓰는 데는 시가 내게 실리듯 아무런 통증 없이 몸을 꿰뚫고 들어앉은 어떤 세상에서 내가 나도 모르게 놀고 있었다는 뜻도 된다. 어쨌거나 반질반질한 파주의 도토리처럼 말간 얼굴로 길 위에 떨어져 있던 말, 내가 안 주우면 누군가의 발에 밟혀 짓이겨져 버리고 말 것 같은 말, 그래서 허리 굽혀 줍고는 외투 주머니에 넣은 채 만지작거렸던 말, 그러나 손에 넣고 손에 길들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너무나 사소해서 그만큼 나 혼자만의 것 같아서 당신들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았던 말, 그게 뭐 별거냐 하겠지만 눈앞에 그림으로 그려내기까지 몇 날 며칠 하얗게 밤을 지새우게 했던 말.
장한권 동아대학교 건축학과김민정 동아대학교 건축학과오찬미 동아대학교 건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