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작품으로서의 건축 ‘건축가의 일’이라면 이 나라의 건축가라는 이름의 직업을 가진 수많은 이들은 건물을 설계해 그 설계대로 잘 지어지게 하고, 그것이 시작이고 마지막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일까? 문제는 너무나 많은 이 직업의 전문가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데 있다. 그러니 그렇지 않다고, 달리 생각해 보자고 강조한들 또 다른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것이 분명한데, 이런 주장을 할 필요가 있을까?
건축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만든다. 설계하거나 시공하는 사람들만의 ‘건축’은 없다. 그러나 우리 건축계는 상대를 밀어내고 경계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섞이거나 융합하지 못하고 있다. ‘통섭’은 단단한 중심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변방을 의식하고 스스로 오랑캐가 되는 것을 뜻한다. 오랑캐로 사는 즐거움, 그것을 찾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