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한계 김윤수(바운더리스) 5년제가 없어졌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4년제 교육 과정을 돌이켜보면 어떤 부분은 정량적 평가조차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르치기도 했다. 당시에는 튜터들이 건축을 너무 추상적으로 가르쳤고, 건축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가르침이 부족했다. 그래서 정규 교육 과정을 거쳤음에도 물리적 실체로서 건축을 생각하는 방법을 잘 몰랐고,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지식이 상당히 부족했다. 심지어 별도의 교과목으로 배웠던 건축 법규나 재료에 관한 내용조차 실무에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다시 배워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교육에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5년제에서 그런 부족한 부분을 체계화하고, 교과목과 교육 목표를 설정한 것까진 좋았는데 이제는 거기에 너무 매몰되었고, 장점이 퇴색됐다.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 설계! 이주한(피그건축) 결국 건물을 잘 만들어야 한다. 건물을 잘 만든다는 의미는 건물 내부 공간 조직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다. 형태도 물론 중요하고 경관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물 내부 공간의 구성, 배치, 프로그램은 결국 그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방식, 사회적인 여건을 반영한다. 밝은 다세대주택도 요즘 1~2인 가구의 임대 세대, 청년 주거 현실을 반영한다. 이처럼 동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건축이 하는 일이다. 그걸 잘하면 그게 민간이든 공공이든 상관없이 가장 큰 사회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과연 세대를 나눌 수 있을까? 김건호(설계회사) 귀국한 뒤 우연히 한국 건축가 1세대, 2세대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했다. 그때 관심있게 봤던 자료나 작업 내용을 떠올리면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건축가의 처지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또 최근에 1950~60년대 건축가, 1960~70년대 건축가가 재조명되며 그 분들이 했던 이야기나 지은 건물들을 접하게 됐는데, 들여다보면 주어진 제약과 상황 안에서 시대적 요구와 개인의 창작 욕구, 이 두 가지 생각을 오가며 갈등하고 분투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대 선진국의 건축을 국내에 하루 빨리 이식해야 하는 와중에 건축가로서 하고 싶은 작업은 따로 있지만 국가에선 못하게 막았다.
건축하는 법 강현석 유학 기간 중과 졸업 이후에 헤르조그 & 드 뫼롱(Herzog & de Meuron)에서 3년 넘게 실무를 했다. 학교에서는 상황과 맥락을 보고, 읽고, 생각하는 방식을 배웠고, 사무실에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건축 어휘를 사용해 완결된 물리적인 문장으로 치환하는 법을 배웠다. 자크(Jacques)와 피에르(Pierre)는 항상 부연 설명 없이도 즉각적으로 발현하는 반-재현적인 건축을 강조했는데,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서 두 사람의 생각이 무수한 시행착오와 부산물들을 거쳐 하나의 구축물로 귀결되는 과정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때의 과정들을 떠올리면서 설계한다. 물론 당시 함께 일했던 소중한 동료들과 여행에서의 경험들은 현재까지도 큰 자산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