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념비 조각
박계리
8,065자 / 16분 / 도판 2장
비평
북한 사람은 자본주의 국가의 수도 서울에 왔음을 어떻게 체감할까? 일테면 거리를 뒤덮고 있는 대형 전광판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상품광고 이미지들은 그것을 확인시켜주는 요소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한 사람 역시 거리마다 붙어 있는 정치포스터와 기념 조각들을 대하면서 비로소 북한에 왔음을 체감한다. 여기서 두 이미지가 갖는 공통점은 ‘선전미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목적을 갖는다는 점이다. 평양의 도시 이미지는 기념비 미술에 장악되어 있다. 북한은 ‘기념비 조각의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많은 기념비 조각을 창작해왔다. 대표적 예로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은 조국해방전쟁승리 40돌 기념과 더불어 40년간 북한 사회를 지도해온 김일성 전 주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작되었다. 김일성 전 주석의 항일무장투쟁과 관련된 역사적 장소인 왕재산을 기념하기 위한 <왕재산 대기념비>, 조선노동당 창건 40돌을 맞아 혁명열사 기념을 위하여 세웠다는 <대성산혁명열사릉>, 장엄하고 영웅 서사시적인 형상인 <만수대기념비>, 전투적 형상이 강한 <보천보전투승리 기념탑>, 북한 내에서 전투적인 형상과 서정성을 조화롭게 결합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지연 대기념비>, 선군시대를 상징하는 <무산지구승리기념탑> 등은 북한의 주요 기념비 조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