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김현정
6,441자 / 13분 / 도판 18장
인터뷰
영어를 처음 접했던 중학교 때 어느 컨트리음악 가사에 나오던 ‘dreamer’를 사전에서 찾아봤었다. ‘몽상가’, 생소한 뜻풀이에 갸우뚱거리며 부모님께 물어보니, 근면 성실한 시대를 사셨던 아버지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놀고먹으며 헛된 꿈만 꾸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참고로, 아버지는 은행원이었고, 그때 그 노래는 케니 로저스의 「Don’t fall in love with a dreamer」였다. 그래서였나, 그 단어는 노래 가사처럼 여자의 맘을 찢고 떠나가는 나쁜 남자와 같은 잔상으로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의 모양을 되돌아보니, 이 먼지 낀 박제와 같은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건축가의 일이란 게 제 의지로 시작되기보다는 주어지는 일이 대부분이고, 또 의지와 상관없이 엉뚱한 곳으로 방향을 틀거나 강제 종료 당하기도 한다. 게다가 용감히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는 그 시작의 기회마저 야박하다. 그러다 보니 실천하는 행동가이기보다는 혼자 즐거움을 만끽하는 소심한 몽상가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