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공동체, 분열 혹은 불륜?
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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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예술은 어떻게 공동체에 가 닿는가
예술을 공동체에 연결시키는 가장 흔한 논리는 “예술은 고유의 재현적 규칙을 통해 공동체의 삶을 표현한다”라는 진술에서 잘 나타난다. 이 진술에서 “재현적 규칙을 통한다”라는 말은 예술적 테크닉을 발휘하고, 관습을 적용하고, 재료와 도구를 사용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 논리에 따르면 예술은 ‘그럴듯함verisimilitude’의 방식으로 공동체를 재현하는 동시에 이 재현을 통해 바람직한 공동체를 구현하고 공공선에 기여해야 한다. 이 같은 재현론의 발의자라고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Poetics』 에서 재현할 수 있는 대상과 재현할 수 없는 대상을 구별한 것은 시적 재현이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미치는 도덕적, 정서적 영향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만약 시인이 영웅이 아닌 악인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는다면, 그의 작품은 시민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며, 공동체의 질서와 규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