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건축공모전 과제는 대개 건축 설계 결과물(도면)을 중심으로, 이를 부연하는 텍스트나 그래픽을 포함하며, 간혹 모형을 요구한다. 그러나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은 과제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었다. 참가자 모두에게 주어진 1차 과제로, 스테이에 머무는 사람(페르소나)과 장소(여행지) 설정, 스테이 설계, 여정 시나리오 작성, 여행자 피드백(SNS 게시글) 작성 등을 부여함으로써 기획부터 건축 설계까지 풀어내야 했고, 현장 심사 대상자는 (모형을 포함하여) 브로셔 제작, 1일 숙박 가격 설정, 한 문장의 카피와 같이 셀링, 마케팅 영역의 추가 과제를 수행해야 했다. 즉, 과정 자체가 지랩이 일컫는 ‘토탈 디자인’을 적용한 스테이 프로젝트 프로세스와, 스테이폴리오에서 스테이 운영 전략을 세우는 과정과 유사하다. 따라서 다른 공모전과 비교했을 때 과제에서 드러난 차이가 곧 스테이 프로젝트의 차별점이라 볼 수 있다.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 팬데믹 시절 2년 차의 한중간, 우리는 모두 ‘여행’에 목말라 있었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던 겨울에 시작된 코로나19는 언제나 당연히 열려 있던 세계의 문을 모두 닫게 만들었고, 우리는 집안에 갇혀 배달 음식들로 연명하며 2년을 보냈다. 2023년 5월말 공식적인 엔데믹을 맞았다. 그런데 세계는 2022년 여름부터 사실상 엔데믹이었고,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도 그때 이미 공모전 세팅을 마쳤다. 그만큼 지긋지긋한 방구석을 떠나고 싶은 기운이 주위를 꽉 채우고 있었다. 참다못한 사람들은 그해 겨울부터 이미 앞다퉈 여행을 떠났다. 비행기표 값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고, 모처럼 맛보는 이국의 풍경과 공기에 한껏 취해 돌아왔다. 그러기를 몇 개월, 해외여행의 열기는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금세 잦아들었다. 복합적으로 엮인 직접적인 요인들과는 별개로, 코로나 시절 반사적으로 급증했던 국내 여행의 경험이 기존 여행의 어떤 부분을 바꿔놓은 것 같다. 그 변화의 배경도 당연히 복합적일 것이다.
인천여객터미널에서 세 시간, 서해 최서단에는 굴업도라는 섬이 있다. 한반도의 영토 안에 수천 개의 섬이 제각기 다른 형상을 하고 있지만 굴업도는 어딘가 특별하다. 작은 섬의 남과 북이 한쪽은 고운 모래로, 한쪽은 응회암으로 이루어졌다. 백사장이 있는가 하면 십수 미터 높은 파도의 형상이 그대로 음각된 기괴한 암석도 있다. 섬의 남북과 동서가 제각기 다른 자연의 시간성을 보여준다. 굴업도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