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주상복합 서울의 한 대형 주상복합에 사는 한 지인이 자신은 우주선 속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고 얘기한다. 쇼핑부터 카페, 식당을 다니며 건물 안에서 지내다 보면 일주일은 너끈히 땅에 ‘착륙’하지 않고 생활한다는 그의 거주환경이 일반적이지는 않을 듯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가 거리를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해서 주상복합 우주선에서 사는 그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그 거리가 삶의 활력과 우연한 만남의 현장이 되지 않는 이상, 우리도 살균된 우주선 속에서 지내는 것과 다름없다. 거리나 외부공간이 마크 오제가 공항 같은 공간을 정의하기 위해 명명한 ‘비장소(non-place)’처럼 이동 통로로만 사용된다면, 역사적인 의미도 상징도 없이 소비되는 공간으로 축소되어 버린다. 이런 공간에는 소위 공공의 경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공공공간은 공항 같은 준공유공간이 가지고 있는 보호막과 청결함이 결여된 더 추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는 더 이상 도시의 산책자로서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원하는 집을 찾아 평생 떠돌아다니기에 우리는 방랑자다. 대부분 그 끝은 율리시스의 귀향길 같이 화려하지 않다. 일본의 도시형 수렵채집생활 제안자 사카구치 교헤Sakaguchi Kyohei는 돈과 자본에 얽매인 삶에서 벗어나 건축의 본래 의미를 모색한다. <움직이는 집> 프로젝트로 한국을 방문한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꿈꾸는 자유로운 주거 방식에 대해 들어본다. 이어서 교헤가 제시하는 세계에 대해 “현실로 작동하도록 디자인된 픽션”이 실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자본주의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심보선 시인의 글을 통해 되짚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