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은 지역과 역사를 떠나 생각하기 어렵다. 이곳에서 참인 것이 다른 곳에선 부정되는 이유다. 한때 유행했던 것이 다른 시기에 거부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건축역사학은 지금 여기의 현장에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봉희 교수는 현상에서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여 미래를 추론하는 것이 과학으로서의 역사학이 가진 본령이라고 말한다. 단편에서 보편적인 진실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지역적인 것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한국 건축계는 ‘없음’이라는 이슈가 지배했다. 학문적 제도적으로 겪고 있는 한국 건축의 정체성 혼란과 거울의 자리를 비워둔 채 사냥감 몰이에 급급한 현재 건축계 모습이 그 이유다. 지금이라도 한국 건축은 주체성을 갖고 공동의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