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그 관계의 예술에 대하여
함성호
5,238자 / 10분 / 도판 1장
오피니언
당신 건축가 맞나?
10년도 더 전에 쿠알라룸푸르에서 일하던 때였다. 늘 하던 대로 외주업체들과의 공식미팅 자리였다. 나는 기계, 전기, 구조, 소방업체들에게 건축에서 원하는 사항들을 주욱 얘기했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문제점들을 찾아 해결책을 궁리했다. 나는 내 아이디어를 얘기했고,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전문적인 얘기들은 점점 더 깊이를 더해갔다. 그러던 중에 한 업체의 대표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눈짓을 줬다. 그러자 그가 나에게 대뜸 하는 말이, “당신, 건축가 맞나?”였다. 나는 그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도 그걸 알았다. “당신은 설비의 문제에 있어 당신의 디자인과 관계된 얘기를 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생기는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는 것이다”는 것이 그의 얘기의 골자였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얘기가, “당신은 건축가가 아니라 마치 설비 전문가나 구조 전문가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말에 좀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 건축교육을 받을 때 나는 당연히 건축가는 그 모든 것에 정통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한국에서는 꽤 유능한 건축가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마치 내가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결격을 가진 건축가처럼 얘기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