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건축을 100년건축으로 만들기. 이는 단순히 ‘튼튼한 건축’, ‘좋은 건축’ 만들기를 넘어서는 일이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매년 이 땅의 모든 건축물의 40분의 1을 헐고 새로 생산해오던 일을 대폭 줄여서 매년 100분의 1씩만 해도 되도록 바꾸는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경제활동의 하나인 건설투자 활동의 효율을 두 배 이상 높이는 일이다. GDP의 6%에 이르는 낭비적 생산활동에 소모되는 시민들의 노동력과 노동시간, 그리고 구매력을 아끼는 일이고, 그 노동력과 시간, 구매력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른 사용가치, 즉 문화 활동이나 자기개발 활동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한국이 GDP 수준에 비해 삶의 질 수준이 낮은 데에는 ‘40년건축’이 작지 않은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았다. 물리적 수명이 100년인 건축물을 40년마다 철거하고 새로 짓는다는 것은 아직 60년이나 남은 수명, 즉 60%나 남은 건축물의 가치를 폐기한다는 것을 뜻한다. 단순화의 오류가 있겠지만 거칠게 얘기하면 전국에 있는 건축물 모두를 새로 짓는 비용의 60%를 40년마다 한 번씩 폐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에서 말했듯이 40년건축, 즉 수명이 아직 많이 남은 건축물을 폐기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사업은 ‘새로 짓는 건축물의 교환가치가 ‘기존 건축물의 잔존 교환가치와 새 건축물 건축 비용의 합’보다 클 때’라는 조건 아래 추진된다. 이 조건이 성립되려면 ① 새로 짓는 건축물의 교환가치가 가급적 커야 하고 ② 새 건축물 건축 비용은 가급적 작을수록 좋다. ①을 위한 방법은 고밀도 개발과 상품 성능 쇄신이다. 한편 ②가 훌륭하게 충족될수록 ①이 한결 수월해지고 그 효과도 커진다. 한국에서 재건축사업이 이토록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①을 위한 방법만큼이나 ②를 위한 비결, 즉 건축생산 비용을 작게 만들고 있는 비상한 메커니즘도 작동하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40년건축의 다른 한 축, 한국의 건축생산 비용을 살펴보자.
‘40년건축’이 한국 사회에서 성립하고 통용되는 양상은 아파트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명징하게 드러난다. 한국에서 아파트단지는 준공 후 30년이 넘어설 즈음이면 당연하다는 듯이 재건축 과정에 돌입한다. 분당, 일산 등 1990년대 준공한 1기 신도시 아파트단지들이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재건축 논의가 불붙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급기야 정치권까지 나서서 1기 신도시 아파트단지 재건축을 서두르기 위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2023.12 제정)이라는 신박한 법률까지 만들어냈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도 “그럴만하다”는 듯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다. 아파트 건축물 수명이 30-40년이라는 것을 온 사회가 수긍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질주가 눈부시다. 2023년 국내총생산(GDP, 명목) 기준으로 국가별 경제 규모가 세계 14위(IMF 발표)다. 2015~2021년 기간에는 10~1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1인당 GDP는 34,165달러로 31위에 머물지만, 룩셈부르크(67만 명), 아이슬란드(39만 명), 산마리노(3만 명) 등 인구가 극히 적은 국가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천만 명 이상인 나라들로만 비교하면 세계 12위다. 60년 전인 1965년 130달러, 50년 전인 1975년 810달러로 최하위권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놀랄만하다. 세계적으로 다른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압축적 성장’임에 틀림없다. 경제 규모 팽창과 더불어 한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지와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K팝 열풍은 세계적 현상이 된 지 오래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 외국에서 한국인 여행자에의 호의적 반응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하는 사례들이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