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ATE
박준혁, 류정민, 방수혁
분량3,990자 / 8분 / 도판 12장
발행일2026년 9월 28일
유형작업설명
박준혁, 류정민, 방수혁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우리는 각자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서로 다르다. 관계를 맺는 방식, 생활의 리듬, 공간을 사용하는 태도는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현대의 주거 형태, 특히 대학 기숙사는 이러한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기숙사가 가진 효율과 관리 중심의 구조는 거주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제한하며, 개인의 삶은 그 공간에 맞춰 조정된다. 그렇다면 학생들 각자가 원하는 삶이 구현되기 위해, 기숙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현대 대학 기숙사의 공간은 효율과 관리의 논리를 기반으로 조직된다. 동일한 크기의 유닛이 반복되고, 중앙 복도를 따라 구획된 중복도 구조는 거주를 하나의 규격화된 시스템으로 환원시킨다. 이러한 방식은 기능적으로는 명확하지만, 관계와 경험의 측면에서는 제한적인 환경을 만든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관계의 밀도를 가진 개인들은 ‘룸메이트’라는 단일한 관계에 머무르며, 그 외의 다양한 교류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차단된다.
성동구 사근동 일대의 기숙사는 이러한 한계를 가장 잘 보여주며, 이를 도시적 차원으로까지 확장시킨다. 반복되는 평면과 통제 중심의 동선 체계는 내부 관계를 제한할 뿐 아니라, 대규모 건물의 삽입을 통해 기존 마을과 청계천을 연결하던 흐름을 단절시킨다. 기숙사는 도시 속에 스며드는 공간이 아니라 외부와 분리된 고립된 시설로 작동하며, 물리적·사회적 단절을 동시에 발생시킨다.


이러한 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공간은 고정된 형태가 아닌 변화 가능한 시스템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연속적이고 중첩적인 관계를 형성하던 기존의 아날로그적 방식에서 벗어나, 반복 가능한 단위와 명확한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적 사고를 도입하여 구조를 분해하고 재조합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기숙사가 가지는 동일한 형태의 유닛을 하나의 평을 기준으로 6등분하여 최소 단위로 나누고, 이를 독립적인 요소로 재정의함으로써 고정된 평면 체계를 해체한다. 분해된 유닛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며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고, 동일한 반복이 아닌 가변적인 구조를 만들어낸다. 또한 이러한 유닛의 결합은 수평적 확장에 그치지 않고, 슬라브를 추가하고 수직 및 원형 계단을 삽입함으로써 수직적 확장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각 유닛과 공간들은 입체적으로 연결되며, 단일 평면에 제한되지 않는 보다 유동적인 공간 구조가 형성된다.




공간 구성 또한 기존의 선형 구조에서 벗어난다. 단일 복도 중심의 동선은 해체되고, 다양한 경로가 교차하는 네트워크형 흐름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유닛 사이에 형성되는 ‘사이 공간’은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을 연결하며, 다양한 활동과 관계가 발생하는 장으로 작동한다. 이는 명확히 구획된 공간이 아닌 흐름과 관계가 중첩되는 새로운 공간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유연한 구조를 더욱 효율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프리패브리케이션 방식을 설계했다. 이를 통해 생산된 모듈은 현장에서 조립과 해체가 가능하며, 기숙사 내부뿐 아니라 외부 공간까지 확장되어 필요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이는 건축을 완결된 결과물이 아닌,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과정으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시스템은 건물 내부에 머무르지 않고 사근동 전체로 확장된다. 프리패브리케이션 방식을 통해 생산된 모듈은 기숙사의 경계를 넘어 마을의 빈 공간과 결합하며 새로운 거점으로 작동한다. 기존 기숙사가 하나의 완결된 덩어리였다면, 이 시스템은 분해된 유닛이 주변으로 확장되며 도시와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사근동의 좁은 골목과 불규칙한 필지 사이에 존재하는 자투리 공간들은 이러한 모듈 시스템을 통해 유연하게 점유되며, 휴식과 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담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공간들은 마을 곳곳에 분산되어 새로운 활동의 거점을 형성하고, 기숙사와 마을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단절되었던 마을과 기숙사, 청계천의 흐름은 다시 이어지며, 프리패브리케이션 시스템은 공간의 도시적 확장과 관계의 재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으로 작동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이해든 모형을 보니 프레젠테이션 스케일보다 훨씬 작아서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다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유닛들의 조합이 굉장히 복잡하게 쌓여 있다는 점입니다. 입체적인 산책로라고 하기에는 외부 공간이 어디인지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밀한데, 이렇게 복잡하게 쌓아 올린 구축 방법이나 특별한 의도가 있나요? 이 결과물에 대한 본인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 MATE 우선 모형은 여러 개의 코어 중 하나 혹은 두 개를 중심으로 주변 유닛들이 쌓여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기 위해 일부를 제작한 것이라 더 그렇게 보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복잡성을 의도한 바는 분명히 있습니다. 기숙사 내에서 학생들이 축구처럼 정해진 활동만 하는 게 아니라, 예측 불가능하고 다양한 공간 속에서 다채로운 ‘메이트’를 만들어가길 바랐습니다. 그런 의도를 적층 방식으로 구현하다 보니 복잡한 형태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덧붙이자면, 기존 기숙사는 동선이 너무 단순해서 모든 층의 구조가 다 예상된다는 점이 매력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스를 구성할 때 어느 공간에서 보더라도 뷰가 겹치지 않도록 중점을 두다 보니 지금 같은 형태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이어그램에서 회색으로 칠해진 사이 공간들이 기존 복도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새로운 성격을 부여받게 됩니다. 이런 부분들이 층마다 나타나면서 건축적으로 복잡한 모양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재필 복잡성 자체는 좋고 만들기 어려운 성질이라고 봅니다. 우리라는 공동성이 가지는 집합체적인 구조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기에 2차 심사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획일적인 감옥 같은 구조의 반대 개념을 지향하다 보니 이런 복잡성이 만들어졌는데, 그렇다면 유닛과 공유 공간의 그라데이션, 혹은 대지에서 방으로 올라가는 등산 같은 시퀀스를 만드는 본인들만의 질서가 있어야 합니다. 그 질서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 ) MATE 그래서 저희는 기존 건물의 코어를 남겨두었습니다. 건축물이 작동하기 위해 꼭 필요한 코어를 중심으로 유닛들을 붙여 나갔고, 보강재 위에 슬라브를 추가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코어와 슬라브라는 질서를 통해 기존 건물과 비슷한 방식으로 공간을 점유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하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관점에서 보충하자면, 이 프로젝트 이후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컴퓨터는 이 건물을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고층 건물을 관리하거나 증축, 혹은 공간을 소멸시킬 때 이러한 디지털 그리드 방식이 나중에 큰 이점이 될 것이라 보고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임태병 디지털을 활용해 이런 복잡한 형태를 스터디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다만 작업 방식에서 궁금한 점은, 유닛을 조합하며 복잡성을 만들다가 어느 순간에는 멈춰야 하잖아요? 그때 직관이나 감각이 작동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처럼 복잡한 형태라면 상층부는 풍부한 상상이 가능하겠지만, 저층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안 가고 모형에서도 잘 보이지 않거든요. 디지털에 100% 의존하다가 끄는 것인지, 아니면 감각이 개입하는 지점이 있는지요?
( ) MATE 그 부분이 저희에게도 가장 고민스러운 지점이었습니다. 디지털로 계속 쌓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저희가 봐도 너무 복잡해서 사람들이 생활할 수 없겠다 싶은 지점이 오더라고요. 학생들이 다양한 메이트를 만들기 위한 공간이 제 역할을 못 할 정도로 복잡해질 때 디지털 작업을 멈추고 직접 개입했습니다. 유닛의 방향을 돌리거나 층이 맞지 않는 부분을 조절하는 등 직관적인 조율 과정을 거쳤습니다. 분량상 다 설명해 드리지 못했지만 코어와 건물 사이의 1층부는 뚫려 있는 구조입니다. 이를 통해 사근동과 청계천의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생각했습니다. 가져온 모델은 전체의 일부를 3D 프린팅한 것인데, 전체를 다 보여드리기엔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사이사이 공간의 재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부분만 선정하여 제작했습니다.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 ) MATE
분량3,990자 / 8분 / 도판 12장
발행일2026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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