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search close
https://architecture-newspaper.com/bk-wswd-cover/
문단구분
  1. 여
  2. 들
글자크기
  1. -
  2. 가
  3. +
배경
  1. 흰
  2. 검
  3. 종이
글꼴스타일
  1. 들
  2. 여
출력
  1. 출력
목차

문어와 뒤란과 집

김세헌, 문태희, 김린


김세헌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문태희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김린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부


0.

뒤따라 나올 세 이야기는 세 사람의 ‘우리’에 대한 개인적인 관점에서 출발함을 밝힌다. A, B, C 각각에서의 화자는 비인간과의-적층된 기억으로의-유동적 경계로써의 차원에서, ‘나’라는 단어의 함의 속에 이미 ‘우리’가 내포함을 찾아낸다. 이러한 시선으로 새롭게 바뀐 세계를 인정한다면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을까? 각 다리가 마치 문어처럼 더듬더듬 탐색해 나가는 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떠한 세계를 마주하게 될까?

A. 문어가 되고 싶어요

본 글은 ‘문어가 되기 위해’ 더듬더듬 나아가는 나의 개인적 관찰일지이다. ‘나이며 우리’를 이미 이뤄낸 문어의 삶은, 신체에게 판단을 위임하는 이들의 분산 사고적 특성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조사의 결과보다도, 그 과정이 데려온 곳은 바로 ‘우리는 이미 문어’라는 지점이었다. 헤드폰 인공지능 세탁기 청소기 등… 오늘날의 도구는 내 ‘또 다른 다리’로 새롭게 자라났다. 집, 지하철, 무인카페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 모두가 문어로 변해버린 세상에선, 큰 광장보다 잘 만든 여러 무인 매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B. 보이지 않는 뒤란*들

‘보이지 않는 뒤란들’은 저와 어머니의 대화록이자, 공동화된 기억이 공간을 매개하여 우리를 우리로 엮어줄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에요. 어머니가 직접 증축한 저희 집 복도 공간에서의 제 경험과 기억, 그리고 50년 전의 어린 어머니에게 심겨진 집 뒤란에서의 기억. 두 기억이 겹쳐지는 지점을 향해 대화와 몸짓, 스케치를 오가며 서로의 기억에 모양을 부여해갔어요. 어머니와의 대화가 마무리된 후에도 저의 질문은 확장되어 갔답니다. 지금, 도시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뒤란은 어떤 모습일까요?

* 집 뒤 울타리의 안

C.   우리 어떡해?

작업은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하는가, 아니면 이미 함께 살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도시는 타인과의 동시적 사용을 전제로 작동하며, 우리는 매일 서로의 간격을 조정하며 살아간다. 이 연구는 사람마다 편안한 거리가 다르지만, 반복적인 마주침이 쌓이면 낯선 사람과 공간도 점차 편하고 안전한 집과 같게 인식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한 사람과의 친숙함이 그 사람이 점유하던 공간까지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설문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편안함은 고정된 물리적 조건이 아니라 관계의 축적과 익숙함의 형성 속에서 만들어지는 상태로 드러났다. 결국 ‘집’과 ‘편안함’을 하나의 장소가 아니라, 타인과의 간격이 침범이 아닌 조화로 전환될 때 생성되는 공간이다.

1.   문어들이 사는 마을**

 불안들이 나를 포위해 오던 때, 아스라이 점처럼 보이던 나의 집은 한순간 촉수처럼 뻗어 나와 도시 속으로 더듬더듬 흩어졌다. 그렇게 마주한 세상은 공과 사가 뒤바뀐 문어들의 세상. 사방에서 다가오던 불안과 염려는, 벼랑 끝에서야 우리에게 우리를 선물해 주었다. 그러한 결과로 물건들이 파도처럼 넘실넘실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우리는 도시 속에서 문어처럼 헤엄치듯 살게 되었다. 마치 처음부터 당연했던 것처럼. 우리가 나이고 내가 우리인 듯… 우리는 이 가상의 하루 속에서 마주친 풍경들을 기록했다.

지하상가 추락세는 무인점포의 비대화를 데려왔고, 사람들은 지하철에 하나둘씩 개인의 부엌을 가져왔다. 초단기 임대업의 극단을 달리던 카페 문화의 종착점은 ‘구축 아파트 같은 카페’였고… 어딘가 일그러진 일상성과 자기 인식을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는 내면에서부터 공동의 감각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기묘한 세상 속에서 집의 부분을 계속해서 기억해 내고 생성해 냈다. 이들 간 경험-기억이 겹쳐지는 일상의 공통 공간이 모두의 뒤란으로 변한 것이다. 

**옥토폴리스 (Octopolis) : 먹이와 은신처가 집중된 특정 해저 환경에서 의도하지 않게 밀집해 살게 된 문어들의 자연 관찰 사례이다. 옥토폴리스는 사회가 반드시 규칙이나 협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 조건만으로도 ‘느슨한 공존’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임태병 준비한 모형에 대해 설명을 해줄 수 있나요?

문어 뒤란 집 앞에 보여드린 두 가지 모형 중 첫 번째는 ‘공과 사가 뒤바뀐 문어 세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간인 지하철을 담아낸 것입니다. 집의 기억이 사회로 펼쳐져 나갔을 때 가장 잘 드러나는 풍경이 지하철이라고 생각해서 그 한 장면을 건축 모형으로 구현했습니다. 오른쪽에는 문어 세상을 떠받치는 저희 세 명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출판물 형태의 모형을 배치했습니다. 여기에 문어 세상으로 뒤바뀐 서울의 지도를 함께 배치해, 어느 날의 한 순간을 돌아보는 느낌으로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이해든 공간적 배경으로 지하철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문어 뒤란 집 문어의 특징과 연결해 보면, 저희 프로젝트는 개인의 욕구가 점점 커져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어가 되어버린 세상을 가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어쨌든 모여야 하는 공간은 지하철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살아야 하지만 동시에 떨어지고 싶은 이분법적인 생각이 공존하는 공간이 지하철이기에, 이를 따라가며 바뀌어버린 세상을 돌아본다는 의미로 선택했습니다.

홍보라 문어라는 키워드를 들었을 때는 촉수를 통해 확장되거나 여러 시점이 중첩되는 사고를 떠올렸고, 뒤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안과 밖, 앞과 뒤의 경계를 흐리거나 전복시키는 사고를 떠올렸습니다. 이 제안이 확장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경계의 허물어짐이나 전이에 관한 것인지 조금 헷갈리는데, 두 개념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명확히 전달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문어 뒤란 집 처음에는 문어, 뒤란, 집이라는 각 매체나 단서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세 가지 이야기가 서로를 견인하며 문어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문어라고 하면 흔히 촉수를 떠올리지만, 실험을 거치며 중요해진 것은 ‘머릿속의 생각’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내 몸 이외의 비사물들이 나의 경계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 문어 개념의 핵심입니다. 뒤란은 동시대를 넘어 수직적인 시간의 층위에서 나 이외의 모든 것들이 중첩된 공간을 매개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주선 마지막에 언급된 ‘건축가가 아닌 건축인’이 문어 다리 중 하나가 되어 우리를 찾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무인 매장을 하나의 뒤란으로 생각한 것 같은데, 지금의 공간들은 단순한 분할처럼 보여서 건축인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만졌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생각이 있나요? 아울러 옷에 붙은 눈 스티커의 의미도 궁금합니다.

문어 뒤란 집 눈 스티커는 제 안에 또 다른 자아가 있다는 느낌으로 붙인 것으로, 문어의 메타포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건축인’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발표 내내 건축가라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다가 마지막에 등장시킨 이유가 있습니다. 개인의 물건들이 파도처럼 공과 사를 넘어 쏟아져 나올 때 우리는 문어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 시대상을 미리 읽고 제안하는 것 자체가 건축가의 새로운 역할이며, 저는 건축가가 특정 직업군이 아닌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인 ‘건축인’으로 넘어가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제는 특정 시점이나 클라이언트에게 재료를 제안하기보다, 한 삶을 그대로 전달하고 관측하는 느낌을 드리는 것이 저희 프로젝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주선 모두가 건축인이 되어 자기 공간을 건드린다는 제안은 흥미롭지만, 실제 무인 매장 제안은 물품이 주인이 된 상황에 대해 공간적으로는 다소 수동적으로 대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어 뒤란 집 저희는 1차 제출 당시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제시한 것 이상으로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카페를 아파트처럼 개조해달라는 클라이언트나, 무인 매장을 필지로 삼아 새로운 것을 재현해달라는 요구 등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저희 프로젝트의 역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임태병 세 분이 나누어 발표하셨는데 실제 작업도 그렇게 했나요? 무인 창고, 카페, 집, 지하철 등이 한 사람이 작업한 것처럼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읽히기보다는 각자 펼쳐져 있는 느낌인데, 이를 의도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문어 뒤란 집 처음 세 이야기는 각자의 미니 프로젝트처럼 진행했습니다. 그 작업들을 바탕으로 세상에 대한 생각을 덧붙여 나갔습니다. 처음부터 문어, 뒤란이라는 단어에 몰두하기보다 ‘나는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고민했고, 그 결과 세 개의 프로젝트가 나왔습니다.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이 문어의 세상이 아닐까라는 결론에 도달하며 마지막에 슬라이드들을 통해 이 작품들을 하나로 이어주게 되었습니다.

이해든 지하철을 선택한 이유나 배경 설명은 잘 들었습니다만, 건축주가 되어서 무언가를 해달라는 역할에만 그치는 것이 본인들의 최종 역할이라고 생각하는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세 가지 단서가 합쳐지는 과정이 다소 어색하고, 문어가 사는 지하철이라면 기존의 것을 분할하고 조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제안이 있었어야 앞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설득력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

최재필 앞부분의 이야기가 굉장히 재미있었지만, 현재의 상황을 건축가의 시선으로 표현하는 자조적인 단계에 그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모형의 디테일이나 주변부의 묘사에 힘을 쓰기보다는, 그 에너지가 실제 건축적인 제안이나 대안에 집중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문어와 뒤란과 집

분량4,649자 / 9분 / 도판 11장

발행일2026년 9월 28일

유형작업설명

태그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모든 텍스트는 발췌, 인용, 참조, 링크 등 모든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문의 출처 및 저자(필자) 정보는 반드시 밝혀 표기해야 합니다.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이미지의 복제, 전송, 배포 등 모든 경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