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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vs 건축: 더욱 심해지는 40년건축의 질곡

박인석

출산율과 혼인율, 그리고 고령화

급속히 낮아진 출산율에 이목이 집중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2015년 1.239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감소했다. 2024년은 0.75명, 2025년은 0.80명으로 하락 추세를 멈추었지만 낮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의 출산율이 OECD 38개국 중 최하위인 것은 2013년부터로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다른 나라들과의 격차가 놀랍다. 일찍이 1980년대부터 출산율 저하로 소란스러웠고 계속 낮아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유럽연합 평균 출산율이 1.34명(2024)이다. 또한 OECD 38개국 평균이 1.4명(2024)이고, 한국 바로 위 36위인 스페인이 1.1명, 37위인 칠레가 1.03명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출산율이 얼마나 낮은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출산율과 직결되는 혼인 또한 급속히 줄고 있다. 혼인 건수는 2011년 329,087건에서 2022년 191,690건으로 11년간 40% 이상 감소했다. 2023년부터 다소 증가하여 2025년 240,326건을 기록했지만 이는 인구 구조상 30대 인구가 많아진 탓으로1 추세 자체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출산율이 더 감소할까? 바닥을 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2023년 0.72명까지 낮아진 출산율은 2024년, 2025년에는 더 낮아지지 않고 다소 높아졌다. 그러나 그래봤자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다.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와 비슷한 낮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이 왜 이토록 낮은 것일까? 주택 가격 상승 등 높은 주거비와 자녀 양육비 및 사교육비 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불안정한 고용-취업 상황 또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서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만든다. 삶의 어려움은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에 더 크게 오는 법이다. 소득 불평등이 저출산과 직접적 관계가 있음을 밝히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소득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가 높아질수록 출산율과 혼인율이 낮아지고2 소득이 낮을수록 출산율이 낮다3는 사실이 통계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상은 소득 불평등이 커지면서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더 심해졌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이 세상에서의 삶이 버겁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국가 전체 GDP는 증가했지만, 상위 10% 계층을 제외하고는 소득 증가가 부진하다. 부의 편중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주택 가격은 더욱 높아지고 사교육 부담과 취업 경쟁의 치열함은 나아지지 않는다. 최근 조사4에 의하면, 본인 세대보다 자녀 세대의 생활 수준이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2.3%에 그쳤고, 57.7%가 자녀 세대의 삶이 지금과 차이가 없거나(28.8%), 오히려 나빠질 것(28.9%)으로 전망했다. 미래 세대는 삶이 더 버거울 것이라고 생각는 사람이 많으니 혼인과 출산을 주저하는 사람 역시 늘어나는 것이다.

한편, 인구 고령화를 보자. 고령화는 전체 인구 중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 7%, 14%, 20%를 기준으로 각각 고령화 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유엔 사무국의 경제사회처(UN DESA) 인구국은 이 기준에 따라 정기적으로 전 세계 국가의 고령화 수준을 진단-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이후 7년 만인 2024년에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일본이 11년 걸렸던 것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21.12%로 OECD 38개국 중 10위인데, 이 추세라면 2050년 40%를 넘어서며 압도적 1위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는 수명 연장과 저출산의 귀결이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2025년 기준 남녀 전체 평균 기대수명 83.7세로 OECD 국가 중 3위다. 한편, 출산율은 앞서 얘기한 대로 압도적 최하위다. 고령인구 비중이 급속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서로 묶인 현상이자 문제인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건축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인구 및 가구 구조에 변화를 가져온다. 예컨대 자녀가 없는 가구, 비혼 1인 가구 및 노인 1인 가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곧 주거공간 수요 변화로 이어진다. 자녀가 없는 가구나 1인 가구는 주택 소유보다는 임대주택 거주 비율이 높으므로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가구 구조 변화는 중상위 소득계층과 하위 소득계층에서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중상위 계층용 임대주택 수요 증가가 주목할 만한 추세로 진행될 것이다. 저소득층용 임대주택뿐 아니라 중산층용 임대주택 공급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주장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예측이나 주장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따른 주택 수요 변화를 말하는 것일 뿐이다. 단순히 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건축이 사회 변화 동향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즉, 건축이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건축으로 인해 출산율이 높아지거나 낮아지고 고령화가 늦춰지거나 당겨지는, 그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원론부터 다시 따져보자. 저출산 고령화는 왜 문제일까? 출산율이 낮아지면 젊은 인구가 줄고 고령인구 비율이 늘어난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저출산 고령화가 초래할 상황 중 가장 심각한 걱정거리 중 하나가 경제활동인구 감소다. 한 사회는 경제활동인구가 생산하는 부가가치로 그 사회의 모든 인구가 살아간다. 경제활동인구의 주축인 젊은 인구가 줄어들고 은퇴한 노인 인구가 늘어날수록 경제활동인구 1인당 부담이 늘어난다. 실제로 국가 통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경제활동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노인 수가 2025년 약 33명에서 2050년 52명으로 급증하며 부양 비용이 크게 늘 전망이다.5

저출산 고령화가 예상보다 심해진다면 미래 젊은 세대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부담이 계속 커진다면 젊은 세대가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 해도 계속 감당해 낼 수는 없다. 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빈곤한 노인, 돌봄을 받지 못하는 노인이 늘어나고 부담에 눌려 가난해지는 젊은 세대도 늘어날 것이다. 빈곤이 늘어나는 사회가 건강할 리 없다. 세대 간 갈등이 커지고, 이는 정치적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얼마 전 온 사회를 들썩이며 시끄러웠던 연금 개혁 문제가 바로 이러한 걱정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미래 세대가 당면하고 부담해야 할 ‘비용’은 이것만이 아니다. 1편 첫 장에서 다루었던 40년건축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앞으로도 40년건축 체제가 지속된다면 건축이야말로 연금 문제 못지않게 미래 세대 삶의 질을 버겁게 만드는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40년건축’이 재촉하는 저출산

40년건축, 즉 건축물 수명이 40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갖는 문제는 단순히 ‘질 낮은, 부실한’ 건축물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수명 100년인 건축물을 생산하는 나라가 매년 전체 건축물의 100분의 1을 허물고 새로 짓는 데에 비해 40년건축의 나라는 40분의 1, 즉 그들의 2.5배나 되는 건축물을 매년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한다. 국민이 생산하는 총부가가치 중 그만큼 많은 부분이 건축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데에서 나온다는 것이고, 그 건축생산 활동을 지지하는 데에 사용된다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국민의 경제활동량 중 그만큼 많은 양이 건축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데에 소모된다는 뜻이다.

자연히 건축생산 이외에 다른 부문에 배분해야 할 경제활동량과 자산이 부족해진다. 공공도서관에 구비해야 할 책의 종류가 늘지 않고, 유아나 노인에 대한 돌봄 서비스도 나아지지 못하고, 문화예술활동 지원도, 역사문화 자산 발굴과 보전도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건축생산 역시 ‘필수적인 것’에 국한될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물론, 동네마다의 공원이며 국공립 보육원, 공공도서관, 생활체육시설 등 삶의 질 개선에 긴요한 기초생활 인프라 확충이 그만큼 줄어들고 더뎌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새로 생산하는 건축 역시 40년건축이라면 상황은 더 나쁘다. 다른 나라의 2.5배나 되는 노력과 투자의 결과가 기껏 질 낮은 건축을 다시 생산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야말로 40년건축의 질곡이다.

40년건축의 질곡은 저출산 고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심각해진다. 줄어드는 경제활동인구로 매년 다른 나라의 2.5배 물량의 건축물을 계속 생산해야 하는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삶의 질을 위한 사회투자를 더욱 어렵게 하고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여기에다가 질 낮은 생활공간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까지 더해진다. 이런 세상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싶을까? 이런 세상에서 살아내야 하는 노후 인생이 행복할까?

이러한 점에서 건축은 저출산-고령화 문제 개선-해결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40년건축, 즉 ‘가난한 건축’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문제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더욱 심각해진 문제 상황’은 다시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40년건축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건축생산의 질을 높이지 않는다면,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우리 사회를 괴롭힐 것이다. 반면에 건축생산의 질을 높여 간다면, 40년건축을 ‘60년건축’, ‘100년건축’으로 만들어 간다면, 그만큼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다. 그만큼 삶의 버거움이 가벼워질 것이고, 그만큼 낮은 혼인율, 낮은 출산율 문제도 완화될 것이다. 좋은 건축생산을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박인석

현재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 도시와 건축 및 주택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가 건축정책위원회 5기 위원과 6기

저출산 고령화 vs 건축: 더욱 심해지는 40년건축의 질곡

분량4,687자 / 9분

발행일2026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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