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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한 안광

심미선

만약 내가 사무소를 연 지 5년쯤 되었고, 이런저런 일은 했지만 아직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은 없는데, ‘당신은 어떤 건축가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나’와 ‘건축가로서 나’를 분리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겠다. 거쳐온 조직이나 집단도 떠올려보고, 맡았던 프로젝트 결과도 되새겨보고, 영향받은 역사적 인물이나 좋아하는 영화, 그림, 책까지 두루 살펴보다가 일기장을 들춰볼 수도 있겠다. 요즘 고민하고 있는, 답이 없는 질문을 역으로 던져볼까. 내가 생각하는 ‘건축가’와 ‘건축’도 나름대로 정리해 봐야겠다. ‘건축가’로 호출된 자리이니 ‘건축’으로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등장하는 건축가들’은 신진 건축가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첫 무대다. 자신을 건축가로 소개하는 일이 얼마나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일인지 안다. 건축가들이 ‘건축’과 ‘건축가로서 나’를 고민하는 동안 이 자리를 만드는 우리는 넓게는 건축계에서, 좁게는 이번 기획 안에서 각자의 개성과 특징을 끌어내기 위해 집중한다. 건축가가 선택하는 페르소나를 존중하면서도, 그동안 업계에서 보기 어려웠던 신선함을 끌어내야 하는 것이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검은 뿔테를 쓴 심각한 표정의 인물보단, 상기된 얼굴로 눈에서 빛을 뿜으며 이야기를 쏟아낼 에너지의 소유자를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 건축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한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저돌하는 이들 말이다. 

포럼 일곱 번째 시즌에는 동그라미세모네모부터 킴모, ioo100, 내러티브 아키텍츠, 안수인건축, 사사건건까지 여섯 팀을 만났다. 사전 미팅과 포럼을 되새기며 새삼 느꼈지만, 각자의 언어와 태도로부터 이들의 건축이 드러난다. 내러티브 아키텍츠는 겁이 없다. 이런 성향은 생성형 AI가 등장한 초기부터 실무에 그것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감지되는데, 종횡무진했던 지난 커리어는 물론이고, 더 나은 안을 찾으면 곧바로 핸들을 꺾는 방식도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준다. 이들이 결과로서의 조형보다 과정으로서의 디자인 방법론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이들의 큰 힘이다. 동그라미세모네모는 거센 변화 속에서 균형을 말하는데, 결단, 추진, 실행력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연고 없는 곳으로 이주하여 개소한다든가, 콘크리트와 나무, 신축과 리모델링 같은 건축의 전환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파도를 넘듯이 몸을 맡긴다. 특히 목구조를 다룬 경험과 관심을 토대로 제주라는 지역에서 보여줄 건축적 실천이 이 팀의 다음 행보로 이어질 것 같다. ioo100는 극과 극을 오가면서도 자신만의 건축을 찾겠다는 목표를 향해 순수한 마음으로 밀어붙인다. 그는 자신을 뉴트럴하다는 단어로 설명한다. 이는 치열하고 맹렬한 태도와 귀엽고 직관적인 결과물 사이의 괴리를 중화하려는 선택으로 읽히기도 한다. 아이코닉한 조형과 그것을 완결하는 디테일, 그러니까 건축 프로세스의 양 끝단 모두에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조만간 준공작을 통해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안수인건축은 생업으로서 건축을 말한다. 여지없이 좌절되고 마는 원안, 불만족스러운 결과물,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 몸부림치는 현실을 솔직하게 내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꿈꾸는 건축은 무엇일까? 의외로 높은 이상인지도 모른다. 킴모는 수집광의 면모가 있는데, 그 집요함을 적재적소에 놓으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십수백 가지의 소품과 가구, 조명, 패브릭을 한 공간에 모아 화음을 내는 설계에 관심이 있다. 우연과 현장성을 강조하지만 실은 이미 충분히 디자인된 장면이 아닐까? 사사건건은 업을 시작한 시점부터 ‘겸업’이라는 현실적인 제약과 가구에서 발견한 가능성에 천착하여 섬세하고 정교한 체계를 이루어가고 있다. 손맛을 보여주는 작은 사물들로부터 점차 커다란 스케일을 향해 가는 중인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충돌과 비약의 결과물이 생성될 것이다. 그것을 보게 될 순간이 기다려진다.

‘등장하는 건축가들’을 준비하다 보면, 적확한 표현을 찾기 위해 말이 오가던 중에 갑자기 밀도가 높아지고 눈이 빛나는 순간이 있다. 나는 바로 그때를 기다린다. 그것이 그들의 건축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금 보여준 건축은 우리 건축의 장면들로 남을 것이다. 이것이 서사의 복선일지, 회수하지 못한 떡밥이 될지는 오래도록 지켜볼 일이다. 이번에도 박세미와 함께 이 여섯 팀의 처음을 선보일 수 있어 기뻤다.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등장을 준비하러 떠나야겠다. 눈과 귀와 마음을 활짝 열고.

심미선 건축신문 편집자

형형한 안광

분량2,223자 / 4분

발행일2026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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