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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CHWORK

이한결, 정지우


이한결, 정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PATCHWORK는 건축에서 점차 소실된 ‘장식성’을 회복하고, 개인이 자신의 삶을 공간 속에 능동적으로 새겨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원시적 건축이 직조된 벽과 장식적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과 달리, 현대 건축은 매끄럽고 균질한 표면을 제공하며 사용자로부터 공간을 만들어가는 감각을 점차 멀어지게 했다. 우리는 장식을 단순한 부가 요소가 아닌, 삶을 구성하는 적극적인 행위이자 공간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확장해 ‘장식적인 삶’을 제안한다.

이러한 장식적 감각은 어린 시절의 비밀기지와 같은 자발적 공간 구성에서부터 시작된다. 성장 이후에도 우리는 학교 개인 책상, 방, 원룸, 더 나아가 도시 속 다양한 장소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점유하고 해석하며 ‘나의 공간’을 만들어간다. 이처럼 개인의 취향과 선택이 축적된 장식적 파편들은 도시의 입면을 형성하며, 서로 다른 삶이 공존하는 패치워크와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서울 청량리 부흥주택은 처음 가지는 나의 공간으로 장식적인 삶을 회복하는 시작이 된다. 기존의 획일적 구조 위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증축과 변형을 반복하며 각자의 공간을 만들어온 장소로, 장식적 삶이 잘 드러난 곳으로 볼 수 있다. 일부 세대에서는 담벼락을 둘러 작은 마당을 만들거나, 계단 옆에 덧붙인 공간을 창고 또는 작업실로 사용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본 프로젝트는 공간의 경계를 물리적으로 구분하기보다 옅게 드러내 부흥주택 단지 내부에서 수많은 경계를 만들어온 ‘미장’에 주목한다. 미장은 개인의 취향과 흔적이 드러나는 장식적 경계로 밀도 높은 도시 환경 속에서 공간을 인식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해왔다.

설계는 최소한의 개인 공간(침대, 책상, 옷장, 위생시설)을 중심으로, 경계의 농도에 따라 확장된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을 단계적으로 구성한다. 기존 부흥주택의 다양한 계단들은 보존 및 재해석되어 1인 주거 유닛의 핵심 요소로 작동하며, 세대 간 관계를 매개하는 장치가 된다. 또한 계단 접근성이 낮은 영역은 공방, 카페, 세탁실 등의 공용 공간으로 전환되어 이웃 간의 교류를 촉진한다.

각 세대 앞의 공유 공간은 연결되어 회랑을 형성하고, 기존의 폐쇄적 골목은 보다 열린 폭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이는 단순한 이동 경로를 넘어 다양한 사건과 관계가 발생하는 장소로 전환된다. 몇몇 유닛들은 수직적으로 열린 공간으로 구성해 개인과 타인의 시선이 교차하는 새로운 공간 경험을 만들어낸다. 개인의 삶이 반영된 장식적 행위들이 다양한 스케일의 공간 속에서 축적되고 확장되며, 도시 전체를 구성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가구, 벤치, 플랫폼을 부흥주택단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적색 벽돌로 디자인하여 도시 곳곳에 놓아 부흥주택 전체 부지를 하나로 연결하고 사람들의 여러 장식을 수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제안한다.

작은 방에서 시작된 ‘나의 공간’은 회랑, 공유 공간, 공원으로 이어지며 점차 확장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삶이 중첩되고 공존한다. 이는 획일적 공간이 아닌, 각자의 방식으로 꾸며지고 정의되는 도시를 제안하는 것이며, 장식적 삶이 지속될 수 있는 배경을 구축하는 시도이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임태병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할게요. 모델을 만드느라 고생 많았는데, 이 모델에서 특히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주길 원하나요?

PATCHWORK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한 ‘미장하기’라는 개념을 통해 구축한 결과물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재료의 변화를 통해 기존의 레이어를 간직하면서 경계의 농도를 설정하는 작업을 했는데요. 바닥의 페이빙(paving) 차이를 직접 확인하실 수 있고, 회랑 공간으로서의 소규모 공유 공간과 도로로 나아가는 중규모 공유 공간, 이 두 가지 스케일의 공유 공간을 모델을 통해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임태병 소규모 공간은 안쪽에 있는 1층 공간을 말하는 거죠? 안쪽이 2~3인 정도를 수용하는 스케일이라면, 이쪽(중규모 공간)은 조금 더 확장된 활동을 상상한 공간인가요?

PATCHWORK 네, 맞습니다. 미장에 대한 개념은 사실 정의가 다양하겠지만, 저희는 재료를 통한 구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델을 보시면 타일로 마감된 부분과 페이빙이 다른 부분이 있는데, 여기까지가 기존에 담장이 있던 자리입니다. 담장을 허물어 물리적인 경계는 없앴지만, 바닥의 재료를 다르게 함으로써 경계의 흔적을 유지하고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이 모델에서 원형 부흥주택과 새로 덧붙여진 공간을 색깔로 구분했습니다. 기존 원형 주택은 벽돌을 사용하고, 덧붙여진 공간은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재료의 대비를 주었습니다.

임태병 설명을 들어보니 미장이 단순히 페이빙뿐만 아니라, 기존 거주자들이 스스로 집을 고치고 확장하며 생겨나는 유연한 공법이나 사용법에 대한 개념으로 이해됩니다. 전문적인 방식이 아니라 누구나 고칠 수 있다는 이 개념이 실제 모델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나요?

PATCHWORK 기존 계단의 위치를 유지하며 조직을 꾸려 나갔습니다. 그 계단은 부흥주택에 살던 사람들이 생활 공간을 넓히기 위해 스스로 덧붙인 밀접한 생활의 흔적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개념적인 의미에서 이 계단들을 기존 위치에 살려 1인 가구와 다가구 유닛을 조직했습니다. 세대마다 계단의 위치가 조금씩 다른데, 이런 불규칙한 요소들이 오히려 이 동네를 특별하게 만드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홍보라 기존 부흥주택이 2층이었나요? 그래서 계단을 활용해 1, 2층에 다른 세대가 살 수 있도록 층별로 재구성했다는 말씀이죠?

PATCHWORK 네, 맞습니다.

최재필 저는 미장의 패턴이 패치워크(patchwork)처럼 이어진다는 개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기존 구조를 확장해 공공성의 베리에이션을 만들고 공간을 필터링하는 방식이 입체적으로 느껴지거든요. 다만, 처음에 강조했던 개개인의 취향이나 기술에 따른 미장의 다양성과 공간이 필터링되는 방식이 실제 결과물에서는 조금 분리되어 보이는 느낌도 있습니다. 미장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데서 그치고, 공간은 단순히 결합되는 방식처럼 보인달까요. 덧붙여지는 공간들이 사용자마다 더 다양한 타입으로 제안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은데, 공간의 베리에이션에 대해서는 어떻게 고민했나요?

PATCHWORK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답변을 드리자면 현재 1인 주거 유닛은 원형의 단단한 공간과 개인의 취향으로 꾸밀 수 있는 통창 공간이 반복되는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칫 마을 전체가 너무 비슷한 공간감을 가질까 봐, 공용 공간의 층고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모델의 왼쪽과 오른쪽이 층고가 다른데,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공간성을 확보하여 거주자가 자신의 취향을 담아낼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도시 차원으로 확장되면 블록 내부의 유닛 하나를 비워냄으로써 더 넓은 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 반복되는 유닛들 사이에 빨간색 플랫폼을 위치시켜 시각적·공간적으로 다양한 변주를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이해든 저도 비슷한 질문을 하려 했습니다. 이런 저층 주택이 똑같은 형태로 반복되다 보면 과거의 기획 주택처럼 침체되거나 슬럼화될 우려가 있거든요. 그래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베리에이션 장치들이 중요하다는 것이겠죠. 물리적으로 이 공원 지역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들이 시각적으로 더 명확히 전달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마지막 지도를 보니 유닛의 여러 타입이나 공간의 확장 가능성이 충분히 느껴집니다.

임태병 제안 자체는 매우 흥미롭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건축가가 인프라를 구축한 이후 사용자가 개입하면서 공간이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한 상상력이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었으면 좋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모델을 봐도 기존의 구조벽을 부술 수 없는 절대적인 경계로 인식하고 작업한 것 같아요. 유닛들이 너무 정직하게 레이어링되어 반복되는데, 구조를 조금 더 자유롭게 해석해서 유닛 하나가 들쭉날쭉 튀어나오거나 들어갔다면 훨씬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주어진 제안 조건 내에서 너무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PATCHWORK

분량3,959자 / 8분 / 도판 15장

발행일2026년 9월 28일

유형작업설명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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