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egacy is Our Legacy
이시암, 권건도, 장은수
분량4,365자 / 9분 / 도판 19장
발행일2026년 9월 28일
유형작업설명
이시암, 권건도, 장은수 국립공주대학교 건축학과

과몰입에서 시작한 건축 이야기
이 작업의 시작은 일상의 아주 작은 장면이었다. 건축이라는 거대한 담론과 이미지 중심의 경쟁적 작업 방식에 회의를 느끼고 돌아온 청파동에서, 나는 이름 없는 골목의 틈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오래된 의자 하나에 이름을 붙이고 애착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의자가 사라졌을 때, 나는 그것이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내가 맺고 있던 소중한 ʻ관계’의 일부였음을 깨달았다.

골목을 다시 바라보자, 집 앞에 내어놓인 물건들은 방치된 물건이 아니라 각자의 삶이 담긴 생명력 있는 존재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 애매한 공간에 작은 선반 하나를 내어놓았다. 며칠 뒤 그 선반은 사람들의 물건들로 가득 찼고, 이웃집 할아버지의 제작 요청과 함께 이 개인적인 실험은 ʻ공동체적 책임감’을 띤 건축적 제안으로 확장되었다.
청파동 애매모호 지도
청파동의 공간 구조를 Mapping, Scan, Measure의 방식으로 조사하며, 나는 개인의 행위가 어떻게 점유화를 거쳐 사유화로 발전하는지 그 흐름을 관찰했다.
- 점(Point): 개인적인 물건들은 머무름의 가능성을 만드는 시작점이자 생활의 흔적이다.
- 선(Line): 반복된 점유는 집과 도로 사이의 애매한 경계 공간을 형성하며, 이는 구조 이전에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합의 상태이다.
- 면(Plane): 개인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지붕, 계단, 발코니 같은 덧대기 구조가 등장하며 삶이 건물 바깥으로 확장되며 사유화 과정으로 확장된다.
청파동의 입면은 이처럼 시간과 필요가 겹겹이 덧씌워진 ʻPalimpsest’와 같다. 이 흔적들을 채집하여 블록 단위로 조합하고, 익숙한 손의 행위를 결합 원리로 삼아 새로운 건축적 대안을 도출했다.







아워 시리즈
첫번째 제안으로 ʻOur Facade’는 기존의 청파동의 파사드를 까뒤집어 점유의 경계를 흐리는 방식이다. 내 집 앞인지 우리 집 앞인지 모를 애매한 공간이다. 마을에서 소문이 퍼지고 이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만리시장 뒤편의 오래된 봉제공장을 ʻ플라스틱 방앗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마을의 폐플라스틱 자원을 수거하여 건축 부재로 재생산하는 운영 프로토콜의 거점이다. 카페, 쇼룸, 작업장이 연결된 이 플랫폼은 생산과 수리, 전시와 생활이 한 공간에서 교차하며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두번째 제안으로 ʻOur Balcony’는 점유화를 넘어 사유화에 대한 필요에 의해 생긴 수직·수평으로 증식하는 구조체이다. 한 세대의 확장이 다음 세대의 확장 조건이 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간섭은 이웃 간의 ʻ합의’를 이끌어낸다. 기생충 ʻ레우코클로디움’이 달팽이를 숙주로 삼아 자신을 드러내고, 새에게 포식되며 더 큰 스케일로 확산되듯, 아워 파사드와 발코니 역시 외벽에 기생하며 증식한다.
그리고 두 구조물이 서로 맞닿는 순간, 하나의 ʻ포티코’(Portico) 공간이 형성된다. 이 공간은 처음부터 계획된 질서가 아니라, 서로의 필요가 충돌하고 조율되는 과정 속에서 생성된다. 31개의 기둥이 만들어내는 느슨한 숲과 같은 구조 속에서, 사적인 확장은 비로소 공공의 장면과 연결된다.


합의를 통해 만들어 나가는 우리의 유산
이 프로젝트는 거창한 기념비적 유산을 남기려는 시도가 아니다.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조금씩 곁을 내어주며 합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가는 ʻ과정’ 그 자체에 주목한 것이다. 나의 지극히 사적인 애착과 점유로 생긴 ʻ나의 유산’(My Legacy)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순간, 그것은 ʻ우리의 유산’(Our Legacy)이 된다. 과몰입에서 시작된 이 작은 리서치가 도시를 바꾸는 단초가 되길 바라며. 청파동을 넘어 또 다른 동네로 이어질 우리의 작업은, 삶이 건물의 경계를 넘어 밖으로 흘러나오는 따뜻한 풍경을 계속해서 만들어갈 것이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윤주선 이 프로젝트는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서 계속 점진적으로 확장을 하는 것이고,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려 확장된 모습을 보여준 거죠? 처음엔 작은 벽 하나로 시작한 것이고요?
Our Legacy 네, 맞습니다. 한 번에 이 공간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우선 발코니 전의 파사드라는 작은 경계가 먼저 세워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청파동에서 공공연하게 눈감아주는 어떤 불법 증축들이 같이 이어지면서, 결국 그 두 개가 앞으로 튀어나가고 위로 올라가 만나게 되며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저희가 처음부터 이 공간을 만든다면 법적 규제나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게 이런 것들이 붙어 나가면서 결과물로 완성되는 것이 저희의 전략이었습니다.
윤주선 이 방식은 1차 때부터 굉장히 흥미롭게 봤었습니다. 그럼 계속 점진적으로 확장할 때마다 건축가들이 개입을 하는 방식인가요?
Our Legacy 정확히 말씀드리면, 저희는 이 공장을 차려서 의뢰를 받는 식의 시나리오를 가졌습니다. 상층부터 시작했는데, 보통 이런 주택의 가장 꼭대기 층에는 주인집이 위치해 있고 이 주인집이 파사드와 발코니를 붙이는 순간 필연적으로 기둥이 내려오게 됩니다. 그 기둥은 아래층 집의 창문을 막으면서 어떠한 불만이나 요구들을 생기게 하죠. 그러면 집주인은 이 공간을 붙이기 위해 아래층과의 합의 과정을 거치며 “너희도 이 기둥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줄게”라는 식으로 조금씩 퍼져 나가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이것이 저희가 클라이언트를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이었습니다.
이해든 간단한 질문인데, 1층에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선반은 다 그냥 선반인가요?
Our Legacy 정확히 말씀드리면 음각으로 파여 들어가는 쪽은 무엇인가를 내놓을 수 있는 곁을 주는 공간입니다. 그에 따라 반대편에서 돌출된 공간은 의자와 결합되어 사이드 테이블이라든가 어떤 다양한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최재필 저는 마지막에 자신의 몸을 화려하게 해서 잡아먹힌다는 전략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기를 화려하게 해서 잡아먹히지만, 실제로는 잡아먹히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존재가 된다는 개념으로 이해했습니다. 그 개념을 이 프로젝트에서 건축의 언어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면 좋겠습니다.
Our Legacy 우선 건축 언어로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작은 스케일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이 기생충과 비례했을 때는 달팽이의 스케일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략적으로 달팽이를 먹는 것이 새이기 때문에, 더 화려한 형태나 혹은 조금 더 좋아 보이고 작지만 접근하기 쉬운 가능성 있는 공간들로 만들려고 작은 스케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스케일의 파사드와 발코니가 만나면서 의도치 않게 집 앞에 거대한 공공 마루가 생기게 됩니다. 저희는 이것이 도시 스케일의 재조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존 현관문을 열고 집 앞에 들어가는 곳에 문이 하나 더 설치되면서 두 집이 하나의 현관문을 공유하게 됩니다. 그러면 각자의 집에서 도어락을 치고 들어가는 안쪽 문은 각자의 방문과 같은 스케일이 되어, 도시 스케일이 재조정됩니다. 저희는 이런 변화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홍보라 처음 제안에서는 음각과 양각으로 겹쳐지는 1층의 구조물이 실제 청파동 거주지의 좁은 공간과 적재된 물건들 때문에 필요에 의해 나온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결과물을 보면 식물 화분 같은 것을 놓는 장식 기능만 보여서, 실제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가 커지는 프로젝트의 목표와 달리 미화된 장식 효과로만 보입니다. 실제로 이것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기를 바라면서 디자인했는지 궁금합니다.
임태병 비슷한 질문일 수 있는데, 발표 도입부가 체험 다큐처럼 느껴져서 재밌게 들었습니다. 텍스트 중 흥미로웠던 것은 집 앞의 물건들이 먼저 나오면서, 이것이 개인의 물건이지만 행위가 반복되고 관계가 누적되며 누구의 것도 아닌 중간 영역이 되었다가, 욕망이 커지고 구조화되면서 다시 사적인 욕망이 작동되는 시스템으로 읽혔습니다. 그렇다면 이 팀이 하고 싶은 것이 구조를 만들어 사적인 것을 만들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 모호한 중간 영역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건지가 궁금합니다. 최종 결과물은 계속 구조를 만들어서 사유화 내지는 사적 욕망을 부추기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걸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요.
Our Legacy 저희는 우선 리서치 과정에서 어떠한 현상을 좋거나 나쁘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형에서 보시면 사각형 박스가 둘러진 공간 자체는 한 창문에서 튀어나오지만 점점 위로 퍼져가면서 아래 윗집 창문의 선반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사유화와 공유화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점점 확장이 되면서 경계가 흐려지는 것이죠. 저희는 이러한 구조들이 증식될수록 그 경계가 점점 더 흐려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마치 공간이 점유화되거나, 점유가 커져서 사유화가 되었던 것처럼 포티코가 생기면서 공유화 혹은 점유화의 공간들이 매우 모호해지는 지점을 생각했습니다.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My Legacy is Our Legacy
분량4,365자 / 9분 / 도판 19장
발행일2026년 9월 28일
유형작업설명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모든 텍스트는 발췌, 인용, 참조, 링크 등 모든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문의 출처 및 저자(필자) 정보는 반드시 밝혀 표기해야 합니다.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이미지의 복제, 전송, 배포 등 모든 경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