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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부천아트벙커 B39 & 코스모40

김광수, 양수인 × 최춘웅, 전숙희

전숙희 오늘의 주제는 산업자산의 활용이다. 부천아트벙커 B39가 공공에서 산업자산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준다면 코스모40은 민간에서 산업자산을 다루는 방식을 말한다. 앞으로 산업자산은 더 많아질 테다. 용도 폐기, 도심 확장으로 인한 이전 등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건축물의 노령화 시대를 맞이하며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대할지를 고민하는 시간이니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해달라.

최춘웅 나는 오늘 법규, 재료, 철학 이 세 주제에 관련된 질문을 준비했다. 앞서 양수인 소장이 법규적으로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재미있게 이야기해준 터라 먼저 김광수 소장에게 묻겠다. 산업자산의 증개축은 사실 기술적으로 접근하면 되는 일이라 차차 풀어가면 되지만 용도 변경은 참 어렵더라. 용도 변경을 위해서는 단열 성능, 주차폭 등의 기준이 바뀌고 기준을 맞추려면 대대적인 변경을 해야 한다. 부천아트벙커 B39는 산업시설을 문화시설로 바꾼 사례인데,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
또 표피에 관해 묻고 싶다. 김광수 소장은 양수인 소장과 다르게 다시 표피를 입히는 방식을 택했는데 건물에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처럼 보인다. 법규적 해석과 인테리어와 건축 사이의 경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김광수 산업시설을 리모델링하며 기존 건물의 연면적 전체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규모가 작다면 판단 기준이 다르겠지만 규모가 크다면 에너지 절약 기준 및 소방・단열 기준 등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공사비가 커질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전체를 문화집회시설로 바꾸면 기존의 매력이 상실된다는 것, 적게 바꿀수록 비용이 덜 든다는 것을 많이들 알고 계신다.
과거에는 산업시설 리모델링을 그 자체의 특징이나 분위기가 좋아서 결정하기보다는 예산이 적어서 차선으로 선택하는 것이었다면, 요즘은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이유에서도 리모델링을 선택하고 있다. 산업시설 리모델링을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도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미지를 정해놓고서 그대로 요청하는 건축주를 만나도 이제는 건축가 입장에서 ‘그것만이 답이 아니다’라고 그들을 설득하기 힘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때는 과거의 산업시설 그 자체가 집착의 대상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건축가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최춘웅 공감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거기에만 집착하는 상황까지 온 것 같다.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고 싶은데 부천아트벙커 B39는 콘크리트 건물이다. 산업시설 중에서는 흔치 않은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코스모40처럼 철골조와 철판으로 마감된 건물이 다수이니까. 각자 건축물의 재료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들려달라.

양수인 유럽을 여행할 때 옛 벽돌 창고를 개조한 스톤 브루잉 건물에 간 적이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생긴 총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있더라. 유네스코 리모델링 지침에 따르면 새로 적용하는 재료와 기존 재료는 명백하게 구별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우리 또한 그것이 상식적이고도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고, 코스모40에서 새 공간을 표현할 때 명백하게 새것 티를 내려고 했다. 안전 진단 결과 구조적인 결함이 있는 철골기둥 두 개를 교체한 것 외하고는 동일한 시스템을 따르되 새것임을 드러냈다.
김광수 소장의 이야기에 참 공감하는데, 사실 건축주보다 핀터레스트 이미지를 더 오래 검색할 수는 없다. (웃음) 그래서 솔직하게 말해 나는 선 몇 개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아이디어만 건축이고 나머지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선 몇 개로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하고 명료한 아이디어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재료는 요청하는 대로 맞춰줄 수 있다. 물론 특정 조건에서는 재료가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나 같은 젊은 건축가 레벨에서는 건축주가 모아 온 핀터레스트 꾸러미를 이기기가 굉장히 어렵다. 자신의 집을 벽돌로 짓겠다는 걸 어떻게 말리겠나. 그래서 나는 이렇듯 조건과 요청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상황에서 ‘건축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만들지를 훨씬 깊이 고민하는 편이다.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재료에 관해 모르는 게 많고 실험하고 싶은 것도 많아 건축주가 누구든 그의 의지가 열려 있다면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간단명료한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 아이디어를 건물에 담고, 나머지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하고 있다.

김광수 나도 재료 선택은 유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건축물의 구조나 물성에 근거해 판단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춘웅 앞선 발표에서 ‘시간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광수 시간성이 중요하다고 한 말은 아니었다. 요즘 들어 ‘우리가 무시간성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무시간성에 가깝기 때문에 시간성에 대한 증거나 현상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도시재생뿐만이 아니고 전반적인 문화 현상 자체가 레트로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이유다. 건물에 반드시 누적된 시간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시간 자체가 공간화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시간을 공간화하는 과정을 거쳤고, 시간의 순서가 뒤죽박죽되고, 그러다가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전주한옥마을이나 교외의 시골 마을, 영상테마파크 등지를 배회하며 일시적으로 과거에 돌아간 듯한 체험을 얻고자 하는 것 아닐까. 나는 광주시민회관이든 부천아트벙커 B39든 원래 있던 것과 새로 생긴 것들의 대비를 통해 오늘날의 시점을 말하고 싶었다.

최춘웅 리모델링이 향수를 느끼기 위한 방편이 되는 것 같다.

김광수 전부 세트장처럼 되는 거다. 이제는 서울에 사는 사람조차도 서울을 관광객의 시점에서 배회하고 있는 것 같다. 

최춘웅 그런 상황에서 건물을 계속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광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웃음) 보존하는 게 집착의 대상이 되고, 상징화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하다. 물론 유럽에 비해서는 덜 하지만.

최춘웅 보존 자체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는 뜻이겠다. 그런 관점에서 세운상가 데크 복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상인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광수 다시 만들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양수인 공감한다. 대학교에서 설계 수업을 하다 보면 어디서 찾았는지도 신기한 옛날 하천 지도를 들고 와 복원하겠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다. 만약 하천을 통해 자신만의 아젠다를 이야기한다면 그나마 나을텐데 원래 있었다는 설명뿐이다. 단지 ‘원래 있었다’는 사실이 가치를 업고 오는 건 아니지 않나. 더더군다나 이미 없어진 하천인데. 나는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면 굳이 복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김광수 때에 따라서 보존이 중요한 상황도 있겠지만, 집착적으로, 관습적으로 재생하려는 것은 개인적으로 경계하고 싶다.

양수인 한 번은 부다페스트의 현대 건물 투어를 한 적이 있다. 그곳의 젊은 건축가가 하나씩 소개해줬는데 ‘콘텍스트’를 자주 언급하더라. 그러면서도 옆 건물의 높이와 80cm 이상 차이가 나면 안된다, 건축 심의에서 난도질 당하기 일쑤다 등등 보수적인 건축 환경에 대해서도 말했다.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 그 건축가가 당일 오전에 한 강연 영향이 컸다. 예를 들어 190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인 고등학생 졸업사진을 인공지능을 활용해 오버랩핑해 표준 인상을 만든다는 사례였다. 그렇다면 부다페스트의 모든 건물 입면을 오버랩핑해 표준 입면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부터 상대적으로 건물 주기를 짧게 생각하는 국내 환경까지 떠오르면서 새삼 ‘우리나라가 허용하는 폭이 넓구나’를 깨달았다.

전숙희 양수인 소장이 극단적인 상황을 경험하고 난 뒤라 그리 느낀 것 같은데 문화재심의를 열일곱 번 받아보면 그런 말씀 못할 거다. (웃음) 앞으로 산업자산을 빈 집의 형태로 받는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 같다. 기술의 발달과 산업 지형의 변형이 가속도를 더할 것이다. 이번 수명 연장에 나온 사례를 하나씩 되짚어보면 프로그램에 따라 또는 대상지에 따라 건축가의 접근이 각각 달랐지만 보편적으로 규모를 보존하거나 늘리는 방향에 가까웠다. 그러나 부천아트벙커 B39와 코스모40은 규모를 줄인 사례다. 마치 발골하듯이 핵심적인 공간만 남기고 있다.

최춘웅 굉장히 좋은 접근이다. 산업시설 리모델링은 다른 리모델링과는 조금 다른 층위의 문제로 보인다. 이번 포럼에서는 ‘건물의 수명 연장’이라며 건축물 자체를 인체화하는 시도를 보여줬는데, 생각해보면 산업시설은 너무 규모가 커서 그야말로 인체화해본 적 없던,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배경화된 건물에 가깝다. 오히려 생태 환경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만물에는 저마다 타고난 수명이 있듯이 건축물 또한 자연적으로 퇴화하게 놔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김광수 좋은 말씀이다. 예로부터 도시환경이나 건축공간을 자연과 대비해 ‘인공물’로 편입시켰는데 이제는 그렇게 보면 안될 것 같다. 나에게도 그런 태도가 있는 것 같다.

양수인 공감한다. 파괴공학과란 전공도 있는데 건물에 대해서 건축가가 산파 역할을 한다고 보면, 파괴공학 전문가는 건물이 웰-다잉할 수 있도록 돕는 장의사 역할을 하는 셈이겠다. 앞으로는 한 번의 파괴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부서지고, 약간씩 없어지고, 점차 줄어드는 식으로 사라져가는 방법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전숙희 국내 인구가 오천 만 명인데 건축물이 천 만 동이라고 한다. 건축물 중 대부분이 1980년대 후반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느 시점 이전에 만든 건축물보다 훨씬 많은 양을 아주 단기간에 만든 것이다. 지방에는 구도심 대신 신도시에 에너지와 자원을 투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시기에 기존 건축물을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 다운사이징을 하는 법, 나아가 웰-다잉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청중석에서 질문 받겠다.

청중 부천아트벙커 B39에서 아치 볼트가 인상적이었다. 기능적으로 필요한 것 같지 않은데 볼트가 있다는 점에서 궁금했다. 디자인 의도에 대해 설명해달라.

김광수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기존 건물의 용도상 실내의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 규모와 어둑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완화해줄 방법이 필요했다. 이때 전작인 판교 케이브하우스에서 사용한 아치 볼트를 떠올렸고, 이곳의 과도한 스케일감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리라 기대했다. 구축적인 기능보다 요소의 도상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사용자의 시선에 맞춰 스케일감을 확 낮추면서도 기존 공간과 대비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인테리어적 효과를 예상했다.
재료에 대한 오리지널리티, 순수한 건축재료인지 아닌지를 생각하지만, 예를 들어 국내의 많은 벽돌 건물이 벽돌을 치장재로 쓰고 있지 않나.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언제쯤 저러한 재료를 가짜라고 느낄지 궁금하기도 하다. 부천아트벙커 B39도 예외일 수 없다. 언젠가 사람들이 ‘늘 보던거네’라고 하는 순간이 올텐데 말이다. 

청중 요즘 리모델링 사례를 보면 ‘시한부’ 같은 느낌이 들곤 하는데 수명 연장 그 이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광수 나도 느낀다. 광주시민회관 만들던 당시만 하더라도 젊은이의 플랫폼이자 문화의 거점이 될 거라고 했지만 현재는 관리사무소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부천아트벙커 B39도 노리단이 잘 쓰고 있지만 계약기간이 만료한 다음에 누가 쓸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여지를 많이 마련하는 것, 누가 들어와서 다른 방식으로 쓰더라도 융통성 있게 쓸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마련하려고 한다.

양수인 현재 주어진 요청에 충실하면 그 다음도 재미있게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한 방으로 500년 가는 건물을 만들겠어’라는 포부는 전혀 없다. 어렸을 때부터 건축가란 직업을 좋아했지만, 난 건축가가 사회적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내 앞의 작업에 양심적으로 순수하고 충실하게 임하는 것이 좋은 자세일 뿐이다.

청중 두 시설 모두 운영자가 정해진 상황에서 설계를 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흔하다. 특히 공공 프로젝트의 경우 운영자가 정해지지 않은 채 설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운영자의 유무가 설계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양수인 운영자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다. 얼마전 한 프로젝트에 자문하러가서도 설계보다 먼저 운영에 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구체화하는 일을 하라고 말했다. 한편 운영자에 따라 공간을 바꾸고 수리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다. 건물이란 게 그렇다. 수시로 보살피고 살펴야 하는 일이 따라 붙는다.

전숙희 건물이 지속 가능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재정적인 자립성을 봐야할 것 같다. 부천아트벙커 B39의 경우 공공 자본이 계속 투입되는 상황일 것이고, 민간 영역에서의 사례가 궁금하다. 코스모40은 어떤가?

양수인 건축주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도시재생사업 명목으로 저리의 대출을 받았다. 콘텐츠 운영비 관련해서는 각종 전시 지원금 사업에 선정돼 도움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무료 전시를 수시로 열 수 있었다.
여러 상황을 종합했을 때 무료 전시 방문객이 코스모40 내에 있는 식음료 코너에서 지출하는 돈으로 발생하는 수익이 대출 이자를 넘어서는 순간은 운영한지 1년 후부터라고 한다. 물론 부수적으로 지가가 상승하는 (수익) 요인도 있을 것이다. 민간 사업자는 자신의 자본을 가지고 목숨을 건다는 심정으로 사업에 임하기에 프로젝트 성과가 빠르게 보이는 것 같다.


  • 발표자 김광수(스튜디오K웍스)
  • 발표자 양수인(삶것)
  • 토론자 최춘웅(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모더레이터 전숙희(와이즈건축)

(토론) 부천아트벙커 B39 & 코스모40

분량6,618자 / 10분

발행일2021년 3월 31일

유형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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