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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광안리 하얀 수녀원 & 서소문역사공원

우대성, 윤승현 × 손진, 전숙희

전숙희 이번 토론의 소주제는 종교건축물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두 안 모두 천주교 프로젝트다. 수명 연장에 초대한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 양 끝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광안리 하얀 수녀원은 신축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자취를 최대한 그대로 남겨냈다면 서소문역사공원은 기초를 제외하고 거의 전부를 교체하다시피 리모델링을 했다. 건축가가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정하는 질문일테다. 그렇다면 오늘 이 두 프로젝트는 그 극단의 사례로 여러 고민의 레이어를 살필 기회겠다.

손진 건축물의 생명을 어떻게 연장할까란 주제가 이 시점에 나온 것이 도시재생에 관한 관심과도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우리 소도시의 경우 어떤 가치를 연장할지에 대한 성찰이 매우 부족했다. 광안리 하얀 수녀원은 건물의 스케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 위에 섬세한 터치를 더해 완성을 한 작품으로, 건축가의 곧은 자세, 분명한 판단이 돋보이는 생명연장 사례인 것 같다.

전숙희 두 분이 프로젝트를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다르지만 가톨릭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 않나. 클라이언트로써 가톨릭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이 땅에 많은 건물을 지어온 만큼 이들도 분명 그 수많은 공간들의 이 다음, 그러니까 제3라운드를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우대성 가톨릭은 두 개의 조직체로 이뤄진다. 하나는 교구로, 쉽게 이해하면 우리 주변의 성당과 성지를 관할하는 조직이다. 다른 하나는 수도회다. 수도회는 별도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물론 로마 가톨릭의 영향을 받지만 행정적 조직, 결정력, 후대를 모집하는 시스템 모두 개별적이다.
인구가 성장을 멈추고 내리막길에 있다. 가톨릭 교구도 성직자 수가 감소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선 아파트 단지 근처 말고는 최근 5~6년 이내에 새로 지어진 성당이 몇 곳 없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성당이 부동산 매물로 나온다고 한다. ‘만약 수도회에 들어오는 인구가 더는 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톨릭계도 이 문제에 봉착해 있다.
그래서 수녀원의 사용자가 고령화된 때에도 어떻게 지속해서 이 건축자산을 잘 쓸 수 있을지를 지금 세대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고, 그 이후의 세대에서는 (매각은 드물 것 같지만) 대부분 통합하거나 일반 시민이 별도의 용도로 쓰게 될 때를 상상하며 그 사용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대부분의 가톨릭 시설이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그 건물들에 대한 기억은 가톨릭 교구만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기억과 함께 얽혀 있다는 뜻이다. 그것들의 활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전숙희 ‘성직자 수가 감소한다’는 말은 신자 수가 감소한다는 뜻인가?

우대성 통계 상으로는 신자 수가 소폭이라도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40대 이하의 교인 수는 줄어들고 있다. 인구 감소, 고령화 등의 흐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손진 윤승현 소장에게 묻고 싶다. 설계공모지침에 ‘주차장 일부를 보존하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고 있나?

윤승현 부지 면적이 3900평이니까 그것만 셈하여도 백 여 대의 주차장 면적이 필요하다. 있는 시설을 활용하자고 한 것 같다.

손진 ‘주차장의 구조’를 반드시 남겼어야 했는지를 묻고 싶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새로 짓느냐’란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윤승현 주차장이 없으면 우리는 큰 일 날 뻔했다. (웃음) 현황상 공간 규모는 굉장히 큰데 클라이언트가 (처음에) 요구한 규모는 2560평이었으니. 그래서 건축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통상적으로 설계 공모의 당선 소식을 발표한 날로부터 2~3주 이내에 계약을 맺는데 우리는 6개월 뒤에야 계약을 했다. 과업내용서에 담긴 ‘정해진 사업비에 맞춰 설계할 것’이란 항목을 삭제하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기존 예산인 360억 원을 유지한 채 2배 이상의 공사비가 드는 작업을 요청했기에 우리로선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쨌든 건축계에서 이런 문제를 서로 공유해서 함께 싸워가야 한다고 믿는다.

손진 얼마 전 서울시건축상 심사를 하며 서소문역사공원에 가봤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강력한 감정이 실려 있으면서도 절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볼 일 없는 것들을 끌어당겨 별 볼 일 있는 것들로 만들었다. 과거의 것을 미래로 던질 때 어떤 대목에서 어떤 방식으로 던지느냐에 관한 영리한 해법이라고 생각했다.

윤승현 손진 소장이 그리 이야기하니 우리가 영민한 생각을 했나 보다. (웃음) 

전숙희 그 6개월의 투쟁에서 이겼나?

윤승현 삭제 않고는 못 했을 거다. 삭제됐다. 

전숙희 나 역시 악덕 조항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건 초기안보다 면적도 비용도 초과됐다면 가장 먼저 규모를 줄이려고 했을 텐데 왜 그런 시도는 하지 않았던 걸까? 비용 절감을 하는 방법으로 기존 구조물에 새 구조물을 끼우는 방식도 검토했을 것 같은데 그 결과는 어땠나?

윤승현 당연히 공모에 제출할 때는 기준 면적인 2650평에 맞춰서 건물을 설계했다. 다만, 공모 결과가 나온 다음인 6월부터 운영회의가 열렸고 그 자리에서 나온 여러 요구사항을 맞추다보니 늘게 된 것이다. 건축 전문가만 10명 정도였고 중구, 서울시, 문체부 등 행정가도 여럿이었다. 만약 발주청인 중구가 사업을 주도했다면 기준 면적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천주교 측의 요청이 워낙 확고했다. 예산 역시 초기에는 360억 원이었다가 끝내 약 700억 원으로 증액됐다.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은 참으로 지난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서 비용 이야기는 굉장히 심각하게 오갔는데, 애초에 사업 성격에 부합하도록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차장 리노베이션 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은 등 오류도 적지 않았다.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규모를 다시 축소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결국 민간의 공력을 더한다는 차원에서 천주교구 측이 시설의 위탁 운영 업체를 맡는다는 전제로 100억 원 이상의 모자란 부분을 채웠다.

손진 중요한 지점이다. 현상설계공모의 역사가 어느 정도 쌓였음에도 성공작이라고는 손에 꼽을 만한 오늘날의 현실을 비추는 듯 하다. 오늘 자리의 미션은 아니지만 공공건축의 발주와 관리가 제도적으로 개선되길 바란다.

전숙희 ‘디자인 빌드 방식이 리모델링에 적합하다’라는 우대성 소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건물에 대한 가장 정확한 기록은 바로 현장이다. 하지만 디자인 빌드 방식의 맹점은 예산을 책정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결국 단계별로 계속 계획하는 일 아닌가. 그렇다면 수명 연장을 위한 리모델링과 공공 프로젝트는 어울리지 않는 만남일까?

우대성 행정상의 문제이기보다는 리모델링에 적합한 제도를 제대로 가져본 경험이 없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비슷한 처지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다. 공공이라서 더 힘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건축 유형에는 신축, 리모델링이 있고 또 주거와 비주거에 따라 설계 과정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 먼저 우리에게 리모델링의 목표와 목적에 맞는 절차가 있는지를 물어야 할 것이다. 물론 공공건축물 발주처의 태도 또한 여전히 토목적 접근에 가까워 ‘잘’ 짓겠다는 목표가 흐릿하다. 그러니까 그냥 지으면 되겠거니 생각한다. 앞으로는 물리적 환경 조성에서 나아가 생활을 하는 장소로서의 가치를 함께 고려하길 기대한다. 리모델링이 이렇게 활발해진 건 근 10년에 생긴 변화다. 그러니까 절차가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제도권 내에서 절차를 수립하는 일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또 고쳐야 할 것이 있다. 리모델링을 보는 관점이다. 지금은 ‘집’ 또는 ‘건물’에만 포커스를 맞추는데 이건 부족하다. 건물은 기본이다. 나는 여기에 두 가지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생활이란 시스템이다. 공간 사용자들의 삶을 보존할 것인가, 바꿀 것인가. 그걸 지독할 정도로 고민해야 한다. 또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내가 광안리 하얀 수녀원을 리모델링하자고 한 것도 성당 앞 나무 때문이었다. 건물을 부수고는 그 정랑나무의 아름다움을 다시 복원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산청에서 태어난 촌놈이라 좋은 나무 하나가 좋은 건축물보다 더 큰 행복감을 준다고 믿는 사람이다.) 리모델링 프로젝트에는 분명히 형성된 환경이 있기 마련이니 그 맥락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승현 잠시 미국에 있을 때 150년 된 16층짜리 아파트에 살았다. 호텔에서 아파트로 리모델링된 사례였다. 복도 바닥재가 벽돌이었는데 아주 얇은 슬리퍼를 신으면 바닥면의 굴곡이 발바닥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150년 전에 이 복도를 걷던 사람들이 느꼈음직한 감촉이라고 생각하니 마치 그들이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 같은 상상까지 들었다. 전율을 느꼈다. 집 안도 마찬가지였다. 입주자가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관리인이 페인트로 실내를 덧칠해 줬는데 패인 자국을 보니 그 두께만도 5mm 정도 됨직했다. 이런 요소들이 시간과 시간을 연결하고 세월을 느끼게 한다는 생각이 들어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공공건축물을 리모델링한다’라는 상황에서 건축가의 입장과 공공 발주처의 입장이 너무 다르다. 건축가는 사회적 가치를 우선으로 한다면 공공 발주처는 경제적 유용성을 먼저 따진다. 그러므로 서로가 공감하는 기준을 갖도록 먼저 리모델링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손진 소장의 말에 이어 말하면 공공건축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가 함께 노력하는 일이 필요하다. 공공은 제도에 기반해 움직이므로 그 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개선의 여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문제를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고 싸워 제도를 바꿔가야 한다. 내가 공공의 행정가를 대상으로 서소문역사공원 안내를 할 때 마지막에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 건물이 훌륭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제가 훌륭한 건축가여야 할텐데 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열심히 하는 건축가’에 겨우 속하는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 의지를 가지고 있는 건축가 대부분은 이런 결과를 만들 능력이 있습니다. 그것을 자주 보지 못한 건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또 하나는 설계자의 설계 의도 구현에 관해서다. 건축가가 시공 현장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특히 국내의 행정 시스템상 누구도 3년 이상 한 사업을 담당할 수 없다. 우리 현장만 해도 5년 동안 감독관만 3~4번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래로 발생한 모든 이슈를 꿰고 있는 사람은 건축가인데, 그를 배제하는 건 결코 잘될 리 없는 시스템이란 뜻이다.

전숙희 시간이 부족해 아쉽다. 혹 청중 중에 질문이 있으면 해달라. 

청중 지금까지 건물의 수명 연장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건축가의 수명 연장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투쟁해서 결과를 만들어 낸 사람으로써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을 것 같다. 

우승현 (규모로는 6~7년을 해야 마땅한데) 5년이란 긴 시간 동안 건축가 셋이서 이 하나의 건물에 매진했는데 결과가 안나왔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웃음) 게다가 사무실 인원의 반 정도가 이 일에 매달리다보니 이규상 소장과 나는 다른 프로젝트를 거의 못했다. 후퇴할 곳이 없었다. 놓쳐서는 안됐다. 설득과 협박을 오가며 부탁을 거듭하며 재원을 마련하고 완성도를 높여갔다.

전숙희 (웃음) 공감한다. 클라이언트에게 계속 말해야 한다. 이제 자리를 마무리하겠다. 우대성 소장이 앞서 “인구가 정체기에 들어갔다”라고 말했는데 건축물 또한 새로운 고민을 받아든 것 같다. 물론 성급하게 결론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오늘 두 소장의 이야기로 질문을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 발표자 우대성(오퍼스건축)
  • 발표자 윤승현(인터커드)
  • 토론자 손진(이손건축)
  • 모더레이터 전숙희(와이즈건축)

(토론) 광안리 하얀 수녀원 & 서소문역사공원

분량5,673자 / 10분

발행일2021년 3월 31일

유형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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