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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관련 제도에서 개선할 점은 없을까

최재원, 우대성, 윤승현, 김광수, 양수인, 허서구, 한승재

구산동도서관마을

최재원 연면적이 설계 계약 당시에는 1,876㎡이었는데1 준공 당시에는 2,550.25㎡로 늘었다. 건물끼리 연결하는 디자인 영향도 있지만 최초로 연면적을 산정할 때 발코니 면적을 누락한 탓이다. 그 값이 더해지면서 설계 업무량도 늘어났다. 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측량 데이터가 있어야 건축가는 합리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와 같은 운영적인 측면은 보완이 필요하다.

또 다른 일화를 더하면 지금 종합안내 데스크로 쓰는 집은 사실 원형이 아니라 복제품이다. 원래 1970년대 건물이었는데 구조검토를 해보니 전혀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구조 보강을 해서 벽체만 남기려고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공사 도중 심각한 수직 균열이 발생했다. 설계 변경이 필요했지만 발주처는 증액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고, 결국 해당 건물을 철거하고 원형의 모습대로 다시 지었다.

설계비도 턱없이 적었다. 신축과 리모델링을 함께 진행하는 형식이었는데 그중 리모델링 비용이 인테리어 비용으로 잡혀 있었다. 촉박한 일정도 문제였다. 계약 당시 주어진 설계 기간이 120일이었는데 그동안 주민 의견 수렴, 현황 실측, 안전 진단, 설계 등의 업무를 해야 했다. 기간을 연장해 겨우 일정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리모델링 사업의 특성에 맞게 설계 기간 역시 조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리모델링이라도 법적 (상주) 감리가 필요하다. 현장의 특성상 예상치 못한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므로 건축가의 설계 의도 구현을 위해서는 적시적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방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광안리 하얀 수녀원

우대성 공공건축물 설계・시공의 발주 방식상 디자인 빌드 방식2을 적용하기 어렵다.  행정상의 문제이기보다는 리모델링에 적합한 제도를 제대로 가져본 경험이 없는 탓이다. 먼저 우리에게 리모델링의 목표와 목적에 맞는 절차가 있는지를 물어야 할 것이다. 물론 공공건축물 발주처의 태도 또한 여전히 토목적 접근에 가까워 ‘잘’ 짓겠다는 목표가 흐릿하다. 그러니까 그냥 지으면 되겠거니 생각한다. 앞으로는 물리적 환경 조성에서 나아가 생활을 하는 장소로서의 가치를 함께 고려하길 바란다.

서소문역사공원

윤승현 통상적으로 설계 공모의 당선 소식을 발표한 날로부터 2~3주 이내에 계약을 맺는데 우리는 6개월 뒤에야 계약을 했다. 과업내용서에 담긴 ‘정해진 사업비에 맞춰 설계할 것’이란 항목을 삭제하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기존 예산인 360억 원을 유지한 채 2배 이상의 공사비가 드는 작업을 요청했기에 우리로선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쨌든 건축계에서 이런 문제를 서로 공유해서 함께 싸워가야 한다고 믿는다. 

또 하나는 설계자의 설계 의도 구현에 관해서다. 건축가가 시공 현장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특히 국내의 행정 시스템상 누구도 3년 이상 한 사업을 담당할 수 없다. 우리 현장만 해도 5년 동안 감독관만 3~4번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래로 발생한 모든 이슈를 꿰고 있는 사람은 건축가인데, 그를 배제하는 건 결코 잘될 리 없는 시스템이란 뜻이다.

기존 제도로는 설계에서 현장성을 발휘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우리도 구조체를 철거하면서 생긴 슬래브 파편을 마당에 켜켜이 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도면 수정이 불가능했다. ‘현장의 무엇을 활용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모두 묻히고 만다.

마지막으로 ‘공공건축물을 리모델링한다’라는 상황에서 건축가의 입장과 공공발주처의 입장이 너무 다르다. 건축가가 사회적 가치를 우선으로 한다면 공공발주처는 경제적 유용성을 먼저 따진다. 그러므로 서로가 공감하는 기준을 갖도록 먼저 리모델링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부천아트벙커 B39

김광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부천문화재단과 부천시가 큰 역할을 했다. 총괄 건축가(우의정 메타건축 대표)와 전문가자문위원회가 사업 초기부터 개입해 역할 해 왔기에 의사결정도 빨랐다. 또 우리가 당선한 시점에 운영 주체인 노리단도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그래서 노리단과 논의하며 설계를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준공 이후에 잘 쓰이는 것 같다.

사후 설계 관리란 명목으로 터무니없는 비용이지만 수의 계약 범위 내의 금액에서 감리를 했고, 또 브랜딩 디자인(그래픽 디자인) 용역을 따로 진행했다. 공사비가 적었지만 이러한 지원이 건물의 성격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효과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코스모40

양수인 용도 특성상 우리 현장에는 기계 점검용 계단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더는 사용하지 않을 것들이었다. 하지만  ‘철거하지 않았으니 누군가가 쓰지 않겠나’라는 짐작만으로 법규를 준수해 모든 계단을 바꾸라는 것은 솔직히 난센스이다.(그렇게 골머리를 앓는 내게 동네 건축사 아저씨가 쓱 오셔서 “용도 변경을 하고 증축할 건데 왜 도면을 그리나. 윤곽선만 그리고 내부는 X표를 쳐서 제출해라.”고 그랬다. 한 수 배웠다.)

부천아트벙커 B39, 당인리발전소 리모델링, 코스모40 모두 신축 당시에 기계를 위한 공간이었다. 그런 곳에 사람을 위한 단열 기준을 요구하는 건 가히 실현이 불가능한 일과 같다. 산업시설 리모델링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균등한 성능기준을 요구하는 현재 방식에 질문을 던질 시점이다.

그 기준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영국의 경우 공인을 받은 단체가 그 건물의 가치를 증명해주면 법규적으로 일부 항목을 유예한다고 들었다. 반면 독일은 현행법에 반드시 맞추라고 한다. 예컨대원형의 유리창을 유지하고 싶다면 ‘그 앞뒤에 단열 유리를 삽입해 오늘날의 기준을 맞추고 옛날 유리창을 봐라’는 식이다.

문화비축기지

허서구 관 주도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날 확률이 높지 않지만, 확실히 서울시는 설계자의 의도를 존중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우리가 처음에 보수를 요구하지 않고 계속 현장에 가고 일을 하니까 그런 건데 나중에는 (시에서) 의지할 정도였다. 우리 의견을 묻고 그것을 반영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니 의사결정이 빨랐다.

성수연방

한승재 리모델링임에도 구조 성능 기준을 100% 충족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가령 미국은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경우 구조 성능 기준 일부를 완화해준다고 알고 있다.

성수연방은 증축 및 대수선이라 구조 안전 진단을 하고 구조설계를 한 다음 구조 안전확인서, 구조 계산서를 제출해야 했다. 문제는 이처럼 나이든 건물의 경우 과도한 구조 보강으로 인해 오히려 기존 구조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사 도중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보니 지나칠 정도로 보강을 한다. 보를 관통해서 새 기둥을 박아야 하는데, 보 안의 철근이 끊어지니 보강에 또 보강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리모델링 관련 제도에서 개선할 점은 없을까

분량3,226자 / 5분

발행일2021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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