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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구조체와 노후 설비는 어떻게 보완했을까

조민석, 최재원, 우대성, 윤승현, 양수인, 한승재, 조재원, 김찬중

주한프랑스대사관

조민석 준공 당시 사진에서 대사 집무동 지붕을 보면 젊은 김중업 선생이 구조적으로 상당히 과감한 시도를 했음을 엿볼 수 있다. 콘크리트 면을 4.5m 간격의 기둥 4개가 들어 올린 형식에 모서리는 버선코의 맵시처럼 산뜻하게 하늘로 솟은 모습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현재는 네 처마의 가장자리 라인을 따라 기둥 총 8개가 추가됐고, 모서리는 곡선의 흔적이 사라져 평면적인 삼각형으로 접어 놓은 듯한 모양새에 가까웠다.1 원형의 우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1층 필로티는 기존 PC 패널과 비슷한 형태의 것으로 막아 실내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대사 집무동을 전면 재보수 및 복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대사 집무동 구조 복원 다이어그램 / 자료: 사티, 매스스터디스
대사 집무동 지붕 구조 두께 비교 다이어그램 / 자료: 사티, 매스스터디스

콘크리트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중성화되고 철근 부식을 가속화한다.2 철근이 부식되면 콘크리트는 부풀고 곧 면의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경우 철근만 남겨두다시피 하는 수준으로 기존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철근에 화학 처리를 한 후 거푸집을 다시 제작해 피복용 콘크리트를 주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60년 사이에 달라진 법규 조건도 맞춰야 했다. 지진을 고려한 내진설계,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규 등에 의해 보완해야 할 점이 많았다. 이를 충족하면서도 원형의 형태와 비율을 훼손시키지 않게 실제 프로파일과 똑같이 새로운 구조체를 제작하되, 필로티 안쪽에는 날개벽을 덧대는 구조 보강을 고려 중이다. 또, 현재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은 최대한 따랐다. 이를테면 필로티 천장 모듈 수치를 그대로 가져왔다. 외장재 PC 패널은 구조 보강을 위해 잠시 떼어냈다가 재사용하는 시공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PC 패널은 일본 우에노공원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국립서양미술관에서 비슷한 디테일을 찾을 수 있어 참조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시공 단계에 들어가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PC 패널 보존을 위한 대안1. 벽 전체를 떼었다 붙여 내는 법 / 자료: 사티, 매스스터디스
대안 2. 벽을 모듈로 조각내어 떼내는 법 / 사진: 사티, 매스스터디스

구산동도서관마을

최재원 ‘서가가 된 골목, 열람실이 된 방’이란 콘셉트는 기능적인 이유에서 출발했다. 55개가 넘는 방을 어떻게 함께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단순하게 연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방들의 위치나 크기가 서로 엇비슷하니 벽체 일부를 뚫어 복도를 하나 내고 새 복도 하나를 덧대 총 두 개의 복도로 방을 전부 연결하는 아이디어였다. 이러한 계획이 가능했던 건 기존 구조체가 소위 집장사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놓은 것들이어서 공간의 폭, 층고, 구조가 비슷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공간의 분위기를 가능한 한 유지하기 위해서 벽 훼손을 최소화해 구조체로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다.

주택에서 도서관으로 용도가 바뀌니까 구조 보강은 필요했다. 특히 서고가 문제였다. 기존 건물에 서고를 두려면 구조 보강을 엄청나게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새로 만드는 신축 복도에 서고를 배치했다. 책 복도는 그렇게 탄생했다. 서고의 모듈이 곧 구조의 모듈이 되었다.

서고가 된 복도 / 사진: 황규백, 사진 제공 최재원

힘들었던 건 신축을 위한 토목공사와 기초공사였다. 협소한 부지에서 기존 구조체로부터 간격을 두고 흙막이 공사를 해야 해서 협의를 계속하면서 위치를 맞추는 과정이 까다로웠다.

또 신축이면 쉬운 일인데 리모델링에선 노후화된 설비를 연결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되도록 화장실이나 설비 시설을 신축되는 부분에 넣어서 간섭을 최소화했다.

광안리 하얀 수녀원

우대성 지은 지 50년이 넘었으니 건물이 온전할 수 없었다. 구조 계산을 하면 견딜 수 있는 하중 값이 0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껏 잘 쓰여온 건물이다. 그러니 질문이 생긴다. ‘과연 구조 계산 값이 기준치에 미달하면 무너뜨려야 하는가?’ 건축물 뼈대의 수명은 우리가 가늠하는 정도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이 점도 오늘날의 딜레마다.

신축은 비어있는 땅의 미래만 다루면 될 일인데 리모델링은 땅의 과거부터 이해해야 하므로 어렵다. 그리고 기존 건물은 또 하나의 땅이기도 하다. 구축법이나 구성 방식을 알아야 적절한 기술을 더하거나 새롭게 고칠 수 있다. 1960년대 건축 기술에 관한 지식이 없었던 터라 단면을 직접 잘라보고 부분부분 속을 파내서 당시의 논리를 찾아가는 식으로 접근했다.수녀회와 서로 신뢰하는 바가 있었기에 디자인 빌드 방식을 제안했고 기본설계 단계에서 선정한 시공팀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면서 설계를 이어갔다. 리모델링은 현장에 변수가 많고 그에 따라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 빌드 방식3이 굉장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설계와 시공을 함께 진행했다. 디자인 빌드 방식을 경험해 본 시공자나 현장 소장이 극히 적은 데에서 오는 어려움과 아쉬움이 있었다.

동선 다이어그램 / 자료: 우대성

서소문역사공원

윤승현 11,000여 평 규모의 주차장 구조체에서 유지한 300대 주차 면적만큼이 우리의 ‘수명 연장’이었다. 외주부 옹벽과 기초를 활용했고, 그에 맞춰 기둥 간격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7.5×8m 모듈로 정했다. 나머지는 전부 새로 짓다시피 했다.

철거 후 남은 기존 주차장 부분 구조체 / 사진: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설계공모 제안서에서 비중있게 표현된 단면도 / 자료: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코스모40

양수인 다이어그램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제안은 기존 건물에 새로운 매스가 끼어 들어가는 모양새다. 새 매스는 기둥도 기초도 기존 건물에 기대지 않고 독립된 상태다. 본래 기둥을 감싸는 식으로 기둥 네 개를 더했고, 이 기둥 다발이 3층 슬라브를 받치고 있다. 구조 면에서나 설비 면에서나 기존 공간과 새 공간이 완벽히 분리되어 있기에 기존 건물의 단열이나 내화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건축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아이디어였다고 볼 수 있다.

새 공간에서 폴딩 도어를 통해 잠시 기존 공간으로 나갔다가 들어올 수는 있다. 사용자가 점유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게끔 모호한 경계를 찾으려고 했다.

성수연방

한승재 기존 건물 기초의 구조 성능을 최소값로 가정했다. 1970년대 준공된 건물이고 당시 한강 모래사장에서 모래를 퍼다가 지었다는 말도 자주 들었던 터였다. 기존 기초 바로 앞 새로 더한 기둥 하부에 기초를 신설했다. 애초에 개별 임대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공간마다 입구를 따로 두고 가스 설비도 따로 갖췄다.

새로운 기둥을 강조하기 위해서 슬래브는 가능한 한 얇아야 했다. 보통 리모델링 때 기존 건물의 수직・수평이 안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새 슬래브를 붙이는 과정에서 이리저리 맞추다가 두께가 30~40cm까지 두꺼워진다. 우리는 상식에서 벗어나서 새 슬래브를 비뚤어진 기존 슬래브에 맞춰 시공한 덕분에 두께를 얇게 유지할 수 있었다. ‘슬래브가 삐뚤삐뚤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면 기둥의 반듯한 수직 리듬이 그 느낌을 상쇄해준다.

성수연방 나동 기존 구조평면도 / 자료: 푸하하하프렌즈
리모델링 후 구조 평면도 / 자료: 푸하하하프렌즈

공공일호

조재원 4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옥상층 증축으로 인한 변화 외에는 외관상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샘터사옥의 시그니처인 담쟁이덩굴과 붉은 벽돌 모두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과거 자료를 읽어보고, 내부를 꼼꼼히 살펴보며 실내에서는 장기를 바꾼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 특히 설비면에서는 완전히 뒤집혔다. 1984년 식당 자리였던 지하에 샘터파랑새극장 1관을 조성했고, 2004년에 개보수하며 지하층 설비들을 본격적으로 옥상으로 이설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기존 기계실을 이전하고 비운 자리에 샘터파랑새극장 2관을 개관했다. 2012년에는 물리적으로도, 공간 조닝에서도 가장 큰 변화였던 증축공사가 있었는데, 기존 벽돌 건물 위에 철골조의 유리 매스를 얹어 5, 6층을 증축했다. 이때 엘리베이터도 생겼다.

이번 리노베이션 공사를 앞둔 현장답사 때 그 복잡함에 기계, 전기 분야 전문가들이 말문이 막혀 할 정도였다.(웃음) 필요한 설비 공간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었고, 실내 천장은 와플 슬래브 노출 구조여서 추가될 설비가 숨을 곳도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연결했을까 싶을 정도로 복잡하게 배관과 배선이 얽혀 있는 상태였다.

실내 와플 슬래브 구조 / 사진: 공공그라운드, 타별사진관

플레이스원

김찬중 기존 설비는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요즘 나오는 기계들이 훨씬 컴팩트해서 면적을 덜 차지했다. 덕분에 기계실이 있던 한 층을 통째로 비워 주차장을 신설했다.

기존 구조체와 노후 설비는 어떻게 보완했을까

분량3,849자 / 10분 / 도판 24장

발행일2021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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