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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이정표

윤솔희

모든 공사가 끝난 뒤에야 건물을 만나는 편집자이기에 그 탄생의 순간을 알 길이 없다. 다만 상상할 뿐이다. 건축가와 클라이언트가 만나 어떤 인사로 대화를 시작할까, 클라이언트는 어떤 단어로 자신의 꿈을 설명할까. “요즘 사람들은 뭘 좋아하나요?” “요즘 거기가 유명하던데 그곳과 비슷하되 더욱 멋진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또는 사진을 빼곡하게 담아 놓은 폴더를 열어 보이며 “저는 이런, 이런 모습의 건물을 짓고 싶은데 어떨까요?”라고 운을 떼지 않을까.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격언처럼 둘은 마주 앉아 먼저 사회를, 오늘의 트렌드를 논하리라.

한 가지는 명확하다. 요즘은 화두는 리모델링이겠다. 서울의 성수, 망원, 합정, 연남 등 뜨는 동네에 리모델링한 건물이 있다는 말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증・개축 및 이전・대수선 사례가 증가 추세다. 세움터 건축인허가 현황에 따르면 2020년의 증・개축 및 이전・대수선 사례는 연면적 기준으로 2012년 대비 48% 증가했다. 동수 기준으로도 19% 늘었다. 클라이언트의 첫 질문도 바뀌겠다. “요즘 리모델링이 인기라던데요, 소장님. 왜 그런 거예요? 저희도 리모델링해야 할까요?”

질문을 받은 이도 궁금하긴 매한가지일 테다. 신축보다 시공 기간이 짧고 시공비도 적고 기존 용적률 때문에 수익성이 좋다지만 그게 정말 다일까. 그 조건만으로 동네 하나가 통째로 리모델링되는 듯한 오늘의 모습을 설명하기에는 어쩐지 헛헛하다. 그리고 마냥 시공 기간이 짧고 시공비가 적은 것도 아닐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관심에 제대로 올라타려면 우선 그 본질을 알아야 하겠다.

<건물의 수명 연장>은 그 오묘한 속내를 파헤치는 질문 일곱 개를 현장의 건축가에게 물으며 어찌 리모델링하게 됐고, 또 했는지를 듣는 자리였다. 배경, 의도, 비용, 제도 등을 하나씩 되짚으며 여러 사례 간에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나아가 시대적 맥락을 보려 한다. 근래에 리모델링 건물을 준공한 이들이 모였다. 건축유산 또는 동네건축, 종교건축 또는 산업자산 등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건물이 주인공이 됐고, 건축가들은 리모델링을 하며 맞닥뜨린 질문들, 고민들, 대안들을 복기하며 ‘왜 리모델링인가’에 대한 퍼즐을 함께 맞춰갔다. “공간의 스토리텔러가 필요하다는 요청으로 들려요.”(김찬중), “요즘 대중은 사소한 데에도 가치를 부여해요.”(최재원), “시간성에 대한 증거나 현상을 보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요.” (김광수), “역사라고 부를 만한 것이 희박하게 느껴지는 때에 이야깃거리가 필요한 거죠.”(조민석), “동굴, 그 자체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실마리가 돼요.”(허서구) 그리고 새로운 과제를 남긴다.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조재원), “인구수가 줄고 고령화되는 지금 어떻게 이 건축자산을 쓸지 우리 세대에서 고민해야 해요.”(우대성), “건물도 웰-다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양수인), “도시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해요.”(한승재), “건축계가 의견을 모으고 제도를 개선해야 해요.”(윤승현) 나는 질문과 답을 정리하면서 여러 번 무릎을 쳤다. 건물의 수명 연장을 결정하는 순간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를 정리하는 새에 그 역사적·사회적·도시적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도 한층 구체적이고 분명해졌음을 느낀다.

<건물의 수명 연장>은 오늘의 건축 현장에 있는 이들이 함께 만든 리모델링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리모델링이란 무엇인가’에 골몰하고 있다면 여기서 실제 사례와 함께 구체적이고 또렷한 단어와 생각을 발견하면 좋겠다.


윤솔희 『건물의 수명 연장』 편집자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건축학부를 졸업했다. 『공간』, 『공예+디자인』에서 기자이자 편집자로 일했다. ‘디자인하는 전문가’들의 생각과 태도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현장에서 말을 수집하고 대중에게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리모델링 이정표

분량1,940자 / 5분

발행일2021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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